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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연장 혈투 끝에 최경주(54)에게 패한 박상현(41)은 대선배의 활약에 놀라워했다.
박상현은 마지막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7타를 쳐 대선배 최경주를 추격했다. 선두로 출발한 최경주와 7타 차여서 역전이 어려워 보였으나 극적으로 동타를 만들어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가는 데 성공했다. 최경주는 2위와 5타 차 앞선 단독 선두로 마지막 날 경기에 나섰지만, 지친 체력 탓인지 이날 3오버파 74타를 쳐 박상현에게 연장을 허용했다.
연장이 치러진 18번홀은 박상현에게 유리했다. 파4 홀인데 전장이 490야드에 달했고 그린 앞쪽에는 페널티 구역, 오른쪽부터 뒤쪽으로는 벙커가 있어 공략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최경주의 티샷 거리는 박상현보다 30야드 가까이 덜 나가 거리 경쟁에서부터 불리했다.
기술적으로 앞선 박상현이 최경주와 비교해 부족한 것은 경험뿐이었다. 하지만, 박상현 역시 한국과 일본 그리고 아시안투어에서 20년 이상 활약해온 베테랑이기에 승부의 추는 연장 시작 전부터 한쪽으로 기울어 보였다.
패배 위기에서 살아난 최경주는 2차 연장에서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왔다. 거의 몸이 부서지듯 힘껏 스윙했다. 박상현도 예상하지 못했던 전략이다.
1차 연장에서 5번 우드로 그린을 공략했던 최경주는 2차 연장에선 공을 20야드 이상 더 보내 5번 아이언으로 때렸다. 그 덕에 2차 연장에선 두 번째 샷으로 공을 정확하게 그린 위에 올렸다.
경기를 마치고 서울로 향하는 박상현은 “18번홀에서 연장전을 치러야 했기에 제가 유리하다고 생각했었다”라며 “7~8년 전에는 최경주 선배와 경기를 자주 해봤고 지금은 제가 더 멀리 칠 수 있었기에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차 연장 때 최경주 선배가 있는 힘껏 티샷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1차 연장 때 최경주 선배의 공이 물에 빠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러프에 멈춰 있는 것을 보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다”라며 “손으로 던져도 그렇게 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신기했다”라고 고백했다.
패배를 인정하며 발걸음을 돌리는 박상현에게 ‘최경주 선수의 최고령 우승 기록에 도전해보면 어떠냐’라고 질문하자 또 한 번 웃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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