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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 4년 차 이하나(22)는 지난 29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히사코 히구치 미쓰비시 전기 레이디스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하며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국내 골프팬들에겐 이름이 익숙하지 않지만, 이하나는 한국에서 주니어 선수로 활동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온 숨은 실력파다.
첫 우승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올해 세 차례 톱10에 들었으나 우승과는 거리가 멀어 이렇게 빨리 우승할 거라고는 스스로도 생각하지 못했다.
2일부터 일본 이바라키현 오이타마의 다이헤이요 컨트리클럽 미노리 코스(파72)에서 개막하는 토토재팬 클래식(총상금 200만달러)에 출전한 이하나는 1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JLPGA 투어 2년 차를 맞으면서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컸으나 번번이 실패하면서 약간의 힘든 시간도 있었다”라며 “그러나 예기치 못하게 이번 대회에서 우승해 자신감을 높여주는 계기가 됐다”라고 첫 우승에 의미를 부여했다.
올해 J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예년과 비교해 두드러지지 못했다. 신지애(35)가 혼자 2승을 거뒀으나 일본의 신예들과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하나의 우승은 J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의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인천에서 태어난 이하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 2001년생으로 KLPGA 투어에서 뛰는 유해란 등과 동갑내기다. 국내 골프팬들에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것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거치지 않고 JLPGA 투어로 데뷔했기 때문이다. 또 주니어 선수 시절엔 이은경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 프로로 활동하기 전 이하나로 개명했다.
국내에서 주니어 선수 생활을 해온 이하나는 국가대표나 상비군이 되지는 못했으나 이따금 상위권 성적을 거둘 정도로 재능을 보였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엔 3번 정도 우승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에 큰 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은 없었으나 그래도 상위권에 자주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한국에는 가족이 없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고등학교를 외국에서 다니기도 그래서 졸업 때까지 한국에 혼자 살았다”라며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갔고 그래서 KLPGA 투어에는 데뷔하지 않고 곧바로 JLPGA 투어에서 프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아마추어 생활을 끝내고 2020년 프로가 된 이하나는 2년 동안 2부 격인 스텝업 투어를 뛰며 실력을 쌓았다.
스텝업 투어 활동은 이하나의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2020년 1승 그리고 2021년 2승을 거두면서 상금랭킹 1위로 2022년 마침내 JLPGA 투어 진출의 꿈을 이뤘다.
이하나는 “2부 투어에서 활동했던 경험이 지금 투어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라며 “1부 투어에 와서 초반에 예선 탈락도 많이 하면서 조금은 힘이 들었으나 그럴 때도 잘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견뎠다”고 말했다.
우승으로 무명에서 기대주가 된 이하나의 목표는 꾸준한 선수가 되는 것이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이 높아졌다”라며 “이보미, 신지애 등 선배들처럼 많이 우승하면 좋겠으나 그보다 꾸준한 성적을 거두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는 수준이 되면 그다음엔 미국 LPGA 투어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JLPGA 투어는 지난해 데뷔에 앞서 이하나와 가진 인터뷰를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독서를 좋아하고 차분한 인상이다. 아이돌 그룹 더보이즈(THE BOYZ)의 노래를 들으며 기분 전환을 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