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식 감독은 ‘천박사’의 개봉을 앞뒀던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7일 개봉한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 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 분)가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천박사’는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의 조감독이었던 김성식 감독이 연출부 생활 10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장편 데뷔작이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뒀던 지난달 27일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 ‘거미집’(감독 김지운)과 동시에 개봉했다.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들과 신인감독의 입봉작이 한 날 한 시에 겨루게 된 상황에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신인감독에게 막강한 두 작품과의 경쟁이 고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천박사’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압도적 관객 수로 올 추석 연휴 특수를 제대로 누린 유일한 승자로 군림 중이다. 개봉 이후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개봉 5일째에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지난 2일 기준 누적 관객 수 117만 명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특히 화제를 모은 건 강동원의 캐스팅이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동안 비주얼’, ‘꽃미남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강동원. 강동원은 ‘천박사’에서 순정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비주얼과 춤을 추듯 유려한 액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러닝타임 98분 내내 관객들을 웃기고 압도한다. ‘검은 사제들’, ‘가려진 시간’ 이후 ‘천박사’로 또 한 번 신인감독과 호흡한 시너지로도 눈길을 끌었다.
이는 스승인 봉준호 감독의 노하우를 이어받은 것이라고. 김성식 감독은 “함께 일하며 봉 감독님의 방식을 자연스레 보고 많이 배웠다. 봉 감독님이 사진에 집착하신 게 사진들을 보며 이 배우의 얼굴을 어떤 각도에서 찍을지를 설계하시더라”며 “특히 강동원 선배님은 양쪽 얼굴의 생김새가 다르시다. 강동원 선배님의 사진을 붙여두고 연구해 악인과 대치할 땐 눈에 쌍꺼풀이 없는 쪽으로 얼굴을 찍고, 코믹적 요소가 강하거나 동정심을 불러일으켜야 할 장면에선 쌍꺼풀이 있는 쪽 얼굴을 찍었다”고 촬영 과정을 설명했다.
처음부터 강동원의 캐스팅이 1순위였고, 강동원이 캐스팅에 응하지 않으면 이 영화를 접을 생각까지 했었다고도 털어놨다.
김성식 감독은 “원작(웹툰 ‘빙의’)이 있는 이 작품을 각색하며 가장 중점을 둔 점은 ‘천박사’란 캐릭터였다”며 “제가 만화를 좋아하는데 천박사 캐릭터가 만화 ‘카우보이 비밥’의 주인공 스파이크 스피겔과 비슷한 느낌이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시종일관 여유로우면서도 인상을 쓰는 순간 분위기가 변하는 캐릭터의 지점이 비슷하게 다가와 즐거운 지점이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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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영화의 첫 장면, 천박사가 눈을 뜨는 순간부터 동공, 피부결, 표정에서부터 ‘역시 강동원’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제가 그릇이 작아 그 모습을 카메라에 완전히 담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라는 찬사로 웃음을 안겼다.
촬영 과정에서도 강동원의 배려와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도 전했다. 김성식 감독은 “감독 입장에서 한 신을 찍을 때 한 번 더 테이크를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배우에게 미안함을 느낀다”면서도, “몰랐는데 제가 (배우, 스태프들에게) 미안해할 때 짓는 특유의 표정이 있는 것 같더라. 동원 선배님이 그 안절부절 못하는 네 표정을 먼저 캐치해주셨다. 본인이 먼저 ‘다시 한 번 가자’고 말씀해주셨다”고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제가 미안해하면 ‘괜찮다, 영화가 원래 이런 거다’ 격려와 지원을 많이 해주셨다”며 “저희 연출부를 데리고 밥도 많이 사주셨다. 현장 분위기도 잘 잡아주시고 서울에서 맛있는 간식을 공수해 나눠주시고 행복한 촬영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천박사’는 지난 27일 개봉해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