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4강 주역' 이승원 "형들이 이름 대신 브론즈볼이라 불러요"

  • 등록 2023-06-21 오전 6:00:00

    수정 2023-06-21 오전 6:00:00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 기적을 이끈 강원FC 이승원(왼쪽)이 윤정환 신임 감독과 함께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강원FC
[강릉=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형들이 이름 대신 브론즈볼이라 불러주더라고요”

뜨거웠던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의 감동은 값진 추억이 됐다. 하지만 거기에 안주할 수는 없다. 이제는 소속팀 강원FC에서 주전 멤버가 되기 위해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김은중 감독이 이끌었던 U-20 대표팀 ‘캡틴’ 이승원(20)은 지난 12일 아르헨티나에서 막을 내린 2023 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진출을 앞장서 이끌었다.

이승원은 정교한 킥과 패스를 앞세워 3골 4도움을 기록, ‘브론즈볼’을 수상했다. 브론즈볼은 골든볼, 실버볼에 이어 월드컵에서 3번째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이승원이 이번 월드컵에서 기록한 공격포인트 7개는 준우승을 달성한 직전 2019년 폴란드 대회 때 최우수선수(골든볼)에 오른 이강인(마요르카)의 6개(2골 4도움)를 넘어선 한국 선수 FIFA 주관 남자 대회 최다 공격 포인트 기록이다.

19일 강원도 강릉시 강원FC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승원은 일상으로 돌아온 모습이었다. 평소에도 ‘과묵남’이라 불릴 정도로 말이 없고 진중한 편인 이승원의 얼굴에선 U-20 월드컵의 흥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래도 대회 당시 기억을 떠올릴 때는 환한 미소를 참지 못했다.

이승원은 “월드컵이란 크고 좋은 무대에서 여러 경험을 쌓았다”며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감사하지만 그만큼 책임과 부담감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팀에 돌아온 만큼 빨리 적응하고 이겨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원에게 이번 대회는 축구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됐다. 성적도 물론 좋았지만 다양한 나라 선수들과 몸을 부딪치고 싸웠던 순간들은 그에게 돈 주고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이 됐다.

이승원은 “월드컵에서 해외선수들과 부딪히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며 “다양한 상대를 만났을 때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하는지 배운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1차전 프랑스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프랑스라는 좋은 팀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었고, 추가로 어시스트를 해 첫 승을 가져온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U-20 월드컵 전까지 소속팀에서 유망주 가운데 한 명에 불과했던 이승원은 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뒤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형들도 이승원만 만나면 이름 대신 ‘브론즈볼’이라고 부른단다.

이승원은 “다녀와서 형들이 축하를 많이 해줬다. 형들이 훈련할 때나 생활할 때 이름 대신 브론즈볼이라고 불러준다”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한 뒤 쑥스러운 듯 웃었다.

최근 인터뷰에서 U-20 대표팀 동료인 배준호(대전하나시티즌)는 “이승원의 브론즈볼 지분의 50%는 내 것”이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배준호는 이번 대회에서 페널티킥을 두 차례나 유도했다. 이승원이 키커로 나서 골을 모두 성공시켰다.

배준호의 농담을 들은 이승원은 살짝 발끈했다. 물론 장난이었다. 그는 “페널티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두 번 모두 내가 (배)준호에게 공을 연결했다”면서 “50%까지는 아니어도 20%는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U-20 대표팀에서의 활약과는 별개로 이승원은 소속팀 강원FC에선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다. 프로 데뷔전도 아직 치르지 못했다. 그래서 누구보다 기회가 간절하다.

이승원은 “K리그 데뷔전을 월드컵 전부터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다”며 “U-20 월드컵에 다녀온 만큼 지금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최대한 빨리 새 (윤정환)감독님의 색깔을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형들에게 많이 배우면서 올 시즌 5경기 이상 뛰는 게 목표다”며 “생각보다 머리 안에 든 것이 많은 선수라는 것을 어필하고 싶다. 감독님께서 그런 것을 잘 끄집어내 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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