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년 동안의 프로골퍼 활동을 끝내고 은퇴해 지도자로 변신한 강수연(47)은 가장 큰 변화로 달라진 심경을 꼽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18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강수연은 그 뒤 지도자로 변신해 후배를 가르치고 있다. 조용히 후진양성에만 시간을 보내온 강수연을 7일 태국 방콕의 수완 골프&컨트리클럽에서 만났다.
이날 브리지스톤골프가 주최한 브리지스톤골프 인비테이셔널 주니어 골프 챔피언십에 제자들을 데리고 참가했다.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를 거친 뒤 1997년 프로가 된 강수연은 KLPGA 투어 상금왕(2001년)을 차지한 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를 거치며 22년 동안 필드를 누볐다.
아마추어 시절 1승을 포함해 KLPGA 투어에서만 8승, LPGA 투어에서 1승 그리고 JLPGA 투어에서도 3차례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한국 여자 골프 황금세대를 이끈 1세대로 활약했다.
태국에서 만난 강수연은 “은퇴 후 아무것도 하지 않고 4~5개월을 쉬었다. 그 뒤 골프대표팀 상비군 코치를 맡았고, 현역 시절부터 생각해온 지도자의 길을 걷기 위해 리베라 컨트리클럽에서 주니어 선수들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며 “지도자로 생활하면서 큰 보람을 느낄 때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 그에게 드는 마음은 현역 시절 자신을 대한 부모의 심정이다.
그는 “현역 시절 제가 우승했을 때와 제자들이 우승할 때 드는 감정은 전혀 다르다”라며 “현역 시절 우승했을 때는 ‘내가 해냈구나’라는 감정이었다면, 지금은 함께 만들어 냈다는 느낌이 든다. 반대로 안 될 때는 나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면 됐지만, 지금은 ‘혹시 내가 선수를 망가트리는 게 아닌가’라는 자책과 후회가 들 때도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대한 잘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야 부모님의 심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제자지만, 자식을 대하는 느낌이 든다”라고 했다.
22년 동안 현역으로 활동해온 강수연은 한국 여자 골프를 대표하는 ‘롱런’ 선수 중 한 명으로 후배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런 강수연의 눈에 최근 30대 초반 선수들의 은퇴는 안타깝게 다가왔다.
한국을 거쳐 LPGA 투어에서 활동했던 강수연도 2009년 비슷한 시기를 마주했다. 은퇴를 고민하다 JLPGA 투어로 무대를 옮겼고 그 뒤 9년을 더 뛰었다.
그는 “선수로 활동하며 코스에 있을 때 골프장 안의 풍경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나 자신을 내려놓으니 그때부터 골프장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부터 골프가 더 재미있어지더라”라며 “과거의 자신보다 현재의 자신을 아는 게 중요하다. 고비가 왔을 때 자신을 내려놓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너무 일찍 재능을 내려놓지 않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제2의 삶은 사는 강수연의 바람은 선수로 활동하며 느껴온 경험을 후배들에게 잘 전달하는 일이다. 그는 “일본에서 투어를 뛰면서 많은 걸 배웠다. 겸손하고 배려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인성을 갖추는 선수를 키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강수연은 “몇 년 동안 점프 투어에 머물러 있다가 지난해 드림 투어 진출에 성공한 제자를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라며 “많은 우승도 좋지만, 선수들과 함께 고민하고 올바른 길을 따라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끄는 지도자이자 멘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