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앙 퀸’ 김효주의 승부사 기질…“후반기 우승 기대하세요”

김효주, 메이저 에비앙 챔피언십 공동 3위
스코어보드 보며 경기…순위·스코어 파악
우승 기회 있겠다 생각…18번홀 승부
2온 노린 뒤 10m 이글 퍼트…아쉽게 빗나가
올해 버디 찬스 만드는 능력 상승
"올해 한 번 더 우승하는 것 목표…기대한다"
  • 등록 2022-07-26 오전 12:03:00

    수정 2022-07-26 오전 12:03:00

김효주가 24일 열린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티 샷을 하고 있다.(사진=박준석 작가 제공)
[에비앙레뱅(프랑스)=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이글 아니면 답이 없다. 도망가지 말자.”

마지막 18번홀 두 번째 샷을 앞두고 김효주(27)가 캐디와 나눈 이야기다. 선두 그룹과 2타 차였던 김효주(27)는 484야드의 짧은 파5 홀인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남기고 4번 하이브리드를 잡았다. 큰 클럽을 잡고 살살 칠까도 고민했지만, 더 짧은 클럽으로 세게 쳐서 무조건 이글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때라고 판단했다.

당시 선두 그룹과 2타 차였던 그가 마지막 홀에서 이글을 잡으면 선두 그룹을 압박할 수 있고 연장전까지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나 김효주의 두 번째 샷은 그린 입구를 얼마 지나지 않아 뚝 멈췄다. 계획대로라면 공이 더 굴러야 했는데 하필 그린 오르막 경사에 맞고 멈춰섰다.

10m 거리의 쉽지 않은 이글 퍼트. 왼쪽을 타고 오른쪽으로 흐르는 까다로운 라인을 잘 파악해 보낸 퍼트는 홀 오른쪽을 훑고 나오고 말았다. 18번홀 그린에 모인 수많은 갤러리가 탄식을 내뱉었고 김효주도 입술을 깨물며 아쉽다는 웃음만 지었다.

김효주가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티 샷을 하고 있다.(사진=AP/뉴시스)
김효주, 우승 노리며 18번홀 승부수

24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650만 달러) 마지막 날.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엮어 4타를 줄인 김효주는 최종 합계 15언더파 269타를 기록하며 공동 3위에 자리했다.

그는 “스코어보드를 계속 보면서 경기했다. 내 순위, 선두와 타수 차이를 알고 있었고 우승 기회가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지막 홀에서 승부를 걸었다”고 돌아봤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지만 숨겨진 승부사적 기질이 그대로 드러난 18번홀이었다. 이글을 해야 우승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예상보다 긴 이글 퍼트가 남았지만 스트로크를 하자마자 ‘들어갔다’고 예감할 정도로 느낌이 좋았다. 그는 “볼이 조금 더 빨리 왼쪽으로 휘었어야 했는데 끝에서 생각보다 늦게 휘었다”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김효주는 2014년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18홀 남녀 메이저 대회 최소타(10언더파 61타) 기록을 쓰며 우승을 차지했다. 2019년에는 최종 라운드에서 선두를 달리다가 14번홀에서 볼이 벙커에 박히는 바람에 트리플보기를 범하고 우승을 내줬지만 준우승을 기록했다. 한 번도 컷 탈락을 한 적이 없을 만큼 에비앙은 김효주에게 ‘약속의 땅’이다.

선두 브룩 헨더슨(캐나다)에 6타 뒤진 공동 6위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했지만, 지난해 이민지(호주)가 7타를 뒤집고 우승했던 터라 김효주의 역전 우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헨더슨이 이븐파로 주춤할 줄 몰랐다”며 놀란 김효주는 그렇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놓친 것이 더욱 아쉬웠다.

버디로 최종 라운드를 마무리한 김효주는 올 시즌 한 번 더 우승을 기대해도 되겠느냐는 질문에 자신있게 “네”라고 대답했다.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샷과 퍼팅이 더 좋아졌기 때문에 자신감도 차올랐다. 지난해 73위였던 그린 적중률(70.17%)이 올해 31위(71.73%)로 올라왔다. 평균 퍼팅은 지난해에도 3위(28.94개)로 좋았는데 올해는 1위(28.71개), 그린 적중시 퍼트는 3위(1.73)로 순도가 더 높아졌다.

김효주는 “전보다 찬스를 만드는 능력이 좋아졌고 쇼트게임도 잘 되다 보니 올해 꾸준한 경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4월 롯데 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 통산 5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이를 포함해 9개 대회에서 톱10 4차례를 기록했다.

그는 “올해 한 번 더 우승하는 게 목표”라며 “올 시즌 마지막 남은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브리티시 여자오픈)까지 컨디션 관리를 잘하겠다. 처음 가보는 코스이기 때문에 적응 연습을 잘해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AIG 여자오픈은 다음달 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영국 스코틀랜드 이스트 로디언의 뮤어필드 골프장에서 열린다.

브룩 헨더슨이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미소짓고 있다.(사진=AFPBBNews)
흔들린 헨더슨, 기회 못 잡은 태극 자매들

2타 차 선두로 나선 헨더슨이 초반부터 흔들린 덕분에 이날 최종 라운드는 한때 7명이 공동 선두로 나섰고 13번 선두가 바뀌는 등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헨더슨은 1번홀(파4)에서 3퍼트 보기로 유소연(32)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고 6번홀(파4)에서는 4퍼트 더블보기를 기록하고 말았다. 7번홀(파5)에서 이날의 첫 버디를 잡아냈지만 11번홀(파4)에서 또 2m 파 퍼트를 놓쳤다.

헨더슨에게 2타 뒤진 2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유소연(32)은 1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공동 선두로 출발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지만, 5번홀(파3)에서 4퍼트 더블보기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해 흐름이 끊기고 말았다.

헨더슨이 3타를 잃은 틈에 공동 선두에 오른 김세영(29) 또한 17번홀(파4)에서 회복할 수 없는 큰 실수를 범해 우승 기회를 놓쳤다. 14번홀까지 버디만 3개를 잡으며 기세를 올린 그는 17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을 크게 벗어나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깊은 풀에 잠긴 김세영은 그린까지 공을 한 번에 빼내지 못했고 결국 더블보기를 범해 우승권에서 밀려났다.

흔들리던 헨더슨은 14, 15번홀 연속 버디를 잡으며 기사회생했고, 후반부에 3타를 줄이며 깜짝 돌풍을 일으킨 소피아 슈버트(미국)와 공동 선두를 만들었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끝내기 버디를 잡은 헨더슨은 LPGA 투어 통산 12번째 우승이자 올 시즌 2승, 또 6년 만에 메이저 2승째를 거머쥐었다.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약 13억1000만원)다.

헨더슨은 “오늘 최고의 경기를 펼치지 못했지만 인내심을 유지했고, 메이저 우승은 최종 라운드 후반 9개 홀에서 결정된다는 말을 생각하며 후반 홀에 집중했다”며 “마지막 클러치 퍼트가 우승에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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