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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헤어질 결심’과 남우주연상 수상작 ‘브로커’가 세계 최대 영화 시장인 칸필름마켓을 통해 선판매된 국가 수다. ‘헤어질 결심’은 종전 한국영화 최다 판매 기록을 보유한 ‘기생충’의 205개국에 근접하는 성과로 ‘기생충’ 이후 확연히 달라진 K무비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한국영화가 국제영화제 수상뿐 아니라 해외 수출에서도 성과를 내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리오프닝 시대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칸국제영화제 기간 중 열려 지난달 25일 끝난 칸필름마켓에서는 CJ ENM의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 외에도 NEW의 ‘마녀2’,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의 ‘헌트’ 등도 해외 세일즈 회사 및 바이어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미니멈개런티’로 불리는 판권료도 크게 상승했다. 통상 해외 세일즈 계약은 최소 계약 금액을 먼저 지불하고 이후에 발생하는 추가수익에 대해 배분하는 미니멈개런티 방식으로 체결한다. 올해 칸필름마켓에서 한국영화 기대작들의 경우 미니멈개런티가 최소 2배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판권료는 연출 감독 및 출연 배우의 인지도, 수상 여부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대외비로 여겨진다. 다만 기존 한국영화 편당 평균 판권료는 5만 달러(약 6239만원) 내외로 알려져 있다. 기대작의 경우, 종전에 5만 달러에 사갔던 영화를 올해는 10만 달러에 사갔다는 이야기다.
오는 15일 국내 개봉을 앞둔 ‘마녀2’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마녀2’는 올해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이 아니었음에도 해외 세일즈사 및 바이어들 사이에서 판권 구매 경쟁이 치열했다. ‘마녀2’는 칸마켓 둘째날과 셋째날에 마켓 시사를 가졌는데, 그 전에 이미 아시아와 북미 등 주요 지역 세일즈가 완료됐다. NEW의 유통사업 계열사인 콘텐츠판다 이정하 본부장은 “‘마녀2’의 세일즈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비슷한 체급의 영화들로 비교했을 때 이전보다 2배 정도 높은 금액으로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며 “비단 ‘마녀2’만의 이야기는 아닐 거다. K콘텐츠가 붐업하면서 한국영화의 판권료가 크게 올랐는데 이를 통해 한국영화가 주류가 됐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영진위가 발표한 ‘2021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한국영화 해외 매출 총액(계약금액+현지배급수익)은 2021년 4303만 달러(약 537억원)로, 전년도인 2020년의 5415만 달러(약 675억원)보다 20.5%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한국영화 신작들의 개봉 연기가 속출하면서 해외 판로가 줄어든 탓으로 분석된다.
5월 들어 ‘범죄도시2’가 8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둘 정도로 내수 시장을 살리며 엔데믹 시대를 열어젖혔다. ‘범죄도시2’는 1편의 성공과 주인공 마동석의 인지도로 인해 132개국에 선판매됐다. 여기에 6월부터 칸영화제와 마켓에서 성과를 낸 ‘브로커’ ‘마녀2’ ‘헤어질 결심’의 잇단 국내 개봉과 해외 수출이 영화산업의 실적개선을 넘어 한국영화가 글로벌 시장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도록 이끌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