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선 한국야구, 팬퍼스트 만이 살길

  • 등록 2022-04-01 오전 4:00:00

    수정 2022-04-01 오전 4:00:00

31일 오후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미디어데이에서 허구연 KBO 총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희망과 기대를 안고 시작해야 할 프로야구가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2022시즌 개막을 맞이한다.

출범 40주년 ‘불혹’을 맞이하는 프로야구 정규시즌은 2일 오후 2시 전국 5개 구장에서 일제히 열리는 개막전을 시작으로 팀당 144경기 대장정을 시작한다.

개막전 대진은 2020년 성적을 기준으로 완성됐다. 창원 NC파크에서 열리는 NC다이노스 대 SSG랜더스의 경기가 공식 개막전이다. 아울러 두산베어스 대 한화이글스(잠실구장), 키움히어로즈 대 롯데자이언츠(고척스카이돔), KT위즈 대 삼성라이온즈(수원케이티위즈파크), KIA타이거즈 대 LG트윈스(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의 경기가 개막시리즈에 열린다.

올해 프로야구는 등을 돌린 팬들을 다시 불러모아야 한다는 큰 숙제를 안고 시즌을 시작한다. 한국갤럽이 최근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44%가 ‘프로야구에 전혀 관심 없다’고 응답했다. ‘별로 관심이 없다’고 응답한 국민도 23%나 됐다. ‘야구에 많이, 또는 조금이라도 관심 있다’고 답한 국민은 10명 중 단 3명에 불과했다. 특히 20대의 관심도는 2013년 44%에서 올해 18%까지 추락했다.

관중 감소는 물론 프로야구 시청률도 바닥까지 떨어졌다. 프로야구를 중계하는 스포츠전문 케이블 방송 4사가 KBO 사무국과 10개 구단을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사상 초유의 일까지 일어났다.

야구해설가로 40년 동안 야구팬들과 함께 한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역사’ 허구연 해설위원이 야구인으로는 최초로 KBO 총재를 맡게 된 것도 이같은 위기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허 총재는 31일 KBO 미디어데이에서 “지금 한국 프로야구가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서있다”면서 “많은 분들이 야구장을 찾을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총재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팬 퍼스트’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선수들이 음주운전, 승부조작, 방역지침 위반, 성범죄 등으로 팬들을 실망시킨 점을 언급하며 일탈행위에 대한 강한 제재를 약속했다. 잃어버린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우선 선수들의 행동부터 똑바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 약화를 지적하면서 야구인들이 자아도취에서 벗어나 현재 위기를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지난해 프로야구 간판급 서수들로 구성된 도쿄올림픽 대표팀은 부진한 성적으로 몸살을 앓았다.

사실 이번 시즌은 한국 프로야구가 다시 팬들의 사랑을 되찾을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일단 호재가 많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친 김광현(34·SSG)과 양현종(34·KIA 타이거즈)이 KBO리그에 복귀해 한국 프로야구 부활을 이끈다. 메이저리그 레전드 추신수(40·SSG)도 한국 프로야구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낸다. 메이저리그에서 거포로 이름을 날렸던 야시엘 푸이그(32·키움)도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역대급’이라고 불릴 정도로 활발했던 대어급 자유계약선수(FA)의 이적도 올 시즌 주목할 관전포인트다. 리그 최고의 좌타자 나성범은 6년 150억원을 받고 NC에서 고향팀 KIA로 옮겼다. 외야수 박건우(6년 100억원)와 손아섭(4년 64억원)도 오래 몸담았던 두산, 롯데를 떠나 NC에 새 둥지를 틀었다.

호타준족 외야수 박해민은 4년 60억원에 삼성에서 LG로, 토종거포 박병호는 3년 30억원에 키움에서 KT로 이적하는 등 어느 때보다 거물급 선수들이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궜다.

전국구 인기 구단으로 불리는 ‘엘롯기 동맹’ LG트윈스·롯데자이언츠·KIA타이거즈가 시범경기 공동 1위(8승 2무 3패)를 차지한 것도 인기 부활을 기대케하는 긍정 요소다.

KBO리그도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번 시즌 가장 두드러진 스트라이크존이다. 그동안 프로야구는 스트라이크존이 국제룰에 비해 너무 좁고 빡빡하다 보니 볼넷이 많고 경기 시간이 늘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KBO 심판위원회는 스트라이크존을 야구 규칙대로 ‘정상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스트라이크존은 올 시즌 상·하·좌·우 모두 넓어진다. 투수들은 도망가는 피칭 대신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할 전망이다. 반면 타자는 볼넷을 기다리기 보다 적극적인 스윙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허운 심판위원장은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공에 대해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선언할 것”이라며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대해 선수가 반복해서 이의를 제기하면 가차없이 퇴장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프로야구의 흥행과 함께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을 다시 한번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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