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스텔라’는 코미디 영화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느림의 미학을 가진 영화다.
영화는 최대 시속 50km의 스텔라와 함께 친구가 빼돌린 보스의 수억원대 슈퍼카를 찾아 나선 한 남자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다.
친구 동식(이규형 분)에게 배신당해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 영배(손호준 분)가 친구와 슈퍼카를 찾느라고 동분서주 움직이고, 그런 그를 자비없는 보스 서사장(허성태 분)이 뒤쫓는다. 한시가 급한데 그의 유일한 동력은 고장 나기 일보 직전의 자동차 스텔라. 자동차 때문에 겪게 되는 난처한 상황들이 유쾌함을 유발한다.
영화는 사라진 슈퍼카 때문에 쫓고 쫓기는 추적극이 한 축, 스텔라와 함께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가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며 흘러간다. 후자로 인해 이 영화는 코미디로 외피를 둘렀지만 웃음보다 감동이 주는 즐거움이 크다.
그 역할을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스텔라가 한다. 극중 등장하는 1987년식 올드카인 스텔라는 투병 중에 눈을 감은 영배의 아버지가 몰던 차다. 아버지에 대한 애증의 감정이 스텔라에 투영돼 있다. 영배는 속도도 느리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차에 화풀이를 하다가도, 함께하는 시간이 늘면서 차의 상태를 인지하고 이해하게 된다. 마치 아버지와 아들이 교감하는 과정 같아 뭉클함을 선사한다.
스텔라는 1980~90년대 생산·판매됐던 국내 최초 중형차다. 당시 성공한 중산층을 위한 가족차로 인식됐다. 영화는 한 가족의 꿈이었던 드림카에 느린 속도를 부여해 1980~90년대로의 시간여행을 이끈다. 주인공은 스텔라와 여행하며 아버지의 지난날을 돌아보고 가족과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린다. 영화 ‘스텔라’는 바쁨의 중독에 빠져 소중한 것들을 놓치는 현대인들에게 최대 시속 50km의 속도로 추억과 낭만, 가족애를 선사한다.
코미디와 느림의 미학이 초반에는 불협화음을 내지만 가슴 뭉클한 가족애가 코미디의 아쉬움을 희석시킨다. 손호준 이규형 허성태의 코미디 앙상블이 돋보인다. 각자의 장기를 영화에 양념처럼 버무려냈다. 스크린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신선한 조합이라는 점도 호감을 준다.
‘스텔라’는 ‘맨발의 기봉이’(2006) ‘형’(2016) 등의 작품으로 유쾌 가운데 따뜻한 메시지를 녹여냈던 권수경 감독이 연출하고, ‘완벽한 타인’(2018) ‘극한직업’(2019)의 배세영 작가가 각본을 썼다.
별점 ★★★(★ 5개 만점, ☆ 1개 반점). 감독 권수경. 러닝타임 98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4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