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의 KS MVP' 박경수 "내가 아닌 팀KT가 진짜 MVP"(일문일답)

  • 등록 2021-11-19 오전 12:38:35

    수정 2021-11-19 오전 12:38:35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한 KT위즈 베테랑 내야수 박경수가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시리즈 역대 최고령 MVP에 등극한 KT위즈 베테랑 내야수 박경수는 우승이 확정되기도 전에 이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비록 3차전에서 입은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 때문에 4차전에는 목발을 짚은 채 벤치를 지켰지만 박경수가 시리즈 내내 보여준 투혼은 KT의 첫 통합우승의 훌륭한 밑거름이 됐다.

박경수는 KT가 18일 막을 내린 한국시리즈에서 4승 무패로 통합 우승을 확정한 뒤 기자단 투표에서 유효표 90표 중 67표를 얻어 생애 첫 한국시리즈 MVP을 거머쥐었다. 부상으로 상금 1000만원도 받았다.

만 37세 나이로 역대 최고령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박경수는 동료들과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동료들은 박경수가 더그아웃에서 나오기 전까지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박경수가 뒤늦게 목발을 짚고 나오자 그제서야 함께 세리머니를 즐겼다. 선수단과 관중석은 이내 눈물바다가 됐다.

박경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유)한준이 형과 포옹하고 있는데 ‘빨리 나와. 애들 기다린다’고 하더라”며 “보니까 다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때 진짜 뭉클했고 굉장히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진짜로 이 상은 내가 잘해서 받은 게 아니라 팀KT가 받았다고 표현하고 싶다”며 “내가 MVP가 아니라 팀 KT가 MVP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한국시리즈 MVP 박경수와 일문일답.

- 끝나기 전부터 눈물흘리지 않았나.

△눈물을 보이긴 했는데 흘리지는 않았다. 옆에 (유)한준이 형이 2사 후 내 어깨를 치면서 고생했다고 하는데 그때부터 울컥했다. 너무 좋다.

- 타이브레이커때만큼은 안 울었는데.

△오늘은 경기를 뛰지 않아서 그러지 않았나 생각한다.

- 마운드에서 후배들이 다 기다리고 있었는데.

△세리머니를 하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 기다릴 줄 몰랐다. 다리가 안 좋아서 세리머니가 끝나고 천천히 나가려고 했다. 한준이형과 포옹하고 있는데 ‘빨리 나와. 애들 기다린다’고 하더라. 보니까 다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때 진짜 뭉클했고 굉장히 감동받았다.

- 우승 느낌은 어떤가.

△아...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행복한 걸 넘어서 오늘이 안 지나갔으면 좋겠다. 이 기분 그대로 계속 만끽하고 싶다.

- 줄곧 가을야구 못하다 작년에 처음하고 이제는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다.

△기자분들이 표를 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말 감사하다. 솔직히 내가 잘해서 받았다기보다는 내가 받으면 스토리가 생길 것같아서(표를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웃음) 아 이런 장점도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다. 진짜로 이 상은 인터뷰용이 아니라 내가 잘해서 받은 게 아니라 팀KT가 받았다고 표현하고 싶다. 내가 MVP가 아니라 팀 KT가 MVP다.

- 역대 최고령 한국시리즈 MVP가 됐다.

△그래서 표를 많이 주셨나 보다. MVP는 나이 상관 없이 최고의 상이다. 가장 큰 경기서 이 상을 받게 돼 너무 진짜 행복하고 감사하다.

- MVP 받은 경험이 있나.

△고교 때 대회 개인기록상만 받아봤다. 이런 상은 정말 처음이다.

- 시상식 중 MVP 수상을 예상하지 않았나.

△사실 기사로 많이 표현해주지 않았나(웃음). (황)재균이가 초반에 막 치고 나가더라. 그래서 재균이한테 농담으로 그만 치라고 했다. 너는 어차피 FA하는데 형 밀어줄 생각이 없냐고 했다. 근데 진짜 받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었다. 주변도 그렇고 기자분들도 힌트를 주셨지만 받을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 어제 부상은 조금 마음 아팠을 텐데.

△내 자신에게 화가 너무 많이 났다. 왜 하필 이 중요한 상황에 다쳐야 될까 생각을 많이 했고 화도 많이 났다. 아프기도 많이 아팠지만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런 게 있었다. 어제 사실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 감독님께서 계속 체크해주셨다. 담당 코치님도 그렇고 수석코치님도 이닝마다 체크를 했다. 사실 저는 할 만했고 점수 차도 크지 않았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한국시리즈에서 그 중요한 상황에 후배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다. 후반 1~2점 차에서 더그아웃에 있다가 나가면 얼마나 부담되겠나. 내가 그토록 원했던 게임에서 빠지고 싶지도 않았다. 정말 후회없이 간절하게 했다. 이건 확실히 내 마음에 있었다. 너무 재미있었다.

- 신본기가 대신 나가서 뛰었는데.

△너무 좋았다. 사실은 첫 게임 때 점수 차가 조금 있어서 감독님께서 8회에 바꿔주셨는데 신본기가 대타로 나가서 삼진을 당했다. 그때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더 뛴다고 그때도 말했는데 감독님이 이럴 때 (신)본기, (오)윤석이도 뛰어봐야 하지 않겠냐고 하셨고 그런 뜻이면 나도 빠진다고 했다. 근데 본기가 삼진 당하고 들어오니 미안하더라. 아까 본기가 홈런 쳤을 때 나는 뒤에서 아이싱하느라 없었다. 그런데 본기가 날 찾아왔다. 이 한국시리즈는 홈팀 1루에 좋은 기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KT가 두산을 이기고 우승할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원동력이라고 하면 굉장히 많아 딱히 꼽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일단 이 자리를 빌어서 한화이글스 정민철 단장님, 한화이글스 최원호 2군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 드린다. 코로나19 때문에 부산 연습경기도 못했고 게임 감각이 아예 없었는데 수원까지 원정와서 우리와 게임을 해줬다. 게임하면서 너무 고마웠다. 마지막에 끝나서 고참들이 최원호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인사도 했다.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인사드리는 게 예의인 것 같다. 그러면서 우리가 한국시리즈 들어갈 준비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우리가 생각하는 장점이 모두 한국시리즈 동안 나왔다. 사실 야수들이 후반기에 안 좋았는데 투수들은 워낙 잘 버텨줬다. 선취점을 내고 추가 득점을 하는 그 과정이 매우 좋았다. 그러면서 다 함께 사기가 올라간 것 같다.

-상금을 많이 받았는데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후배들 밥만 사주기에는 액수가 많다. 좋은 일도 해야 할 것 같다. 기분 좋게 받은 큰 돈이다. 후배들 밥도 사주고 좋은 일도 하면서 고민을 해보겠다.

- 감독님이 나갈 수만 있으면 기회 주고 싶어서 엔트리 제외를 안 했다고 했다.

△우리 감독님은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일 수 있게끔 하는 능력자인 것 같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굳이 말을 안해도 작은 행동으로 느낄 수 있다. 감독님을 위해 야구를 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말년에 1할을 치고, 한국시리즈 MVP를 받을 확률이 얼마나 있을까.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고 싶었다. 우리 팀 같은 경우 감독님께서 어떠한 일을 가지고 고참들과 상의를 하면 고참들은 수단과 방법 안 가리고 후배들을 끌고 간다. 다행히 좋은 후배들이 잘 따라와줬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FA 계약이 종료되는데.

△내게는 선택권이 없는 것 같다. 일단 구단과 상의를 잘 해볼 것이다. 선수로서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고집을 피울 생각도 없다. 좋은 방향으로 구단과 상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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