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일본은 어찌되든 올림픽만 열면 된다?' IOC의 독선

3조원에 육박하는 중계권 의식
팬데믹 우려, 개최국 적자 외면
  • 등록 2021-05-28 오전 6:00:00

    수정 2021-05-28 오전 6:00:00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사진=AP PHOT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현역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최고참 위원인 캐나다 출신 딕 파운드는 최근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과 인터뷰에서 “스가 총리가 올림픽 중지를 요구하더라도 대회는 개최된다”며 “대회 연기는 선택 테이블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본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심각한 상황이지만 올림픽 개최가 더 중요하다는 IOC의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파운드 위원은 현재 IOC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도 막역한 사이다. 그는 “일본 국민 대부분이 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인 것은 유감”이라면서 “대회를 개최하더라도 추가 위험이 없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데 왜 그것을 무시하나. 그냥 ‘싫다’고 말하는 것인가”라고 일본 국민들을 오히려 비판했다.

파운드 위원의 발언은 IOC의 공식 입장과도 다르지 않다. 심지어 바흐 위원장은 지난 22일 “도쿄올림픽 개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말까지 내뱉어 논란을 빚었다.

올림픽을 세계인의 축제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팬데믹 재앙’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미 개최국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가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도쿄올림픽을 누가 무슨 권리로 강행하는가”라고 물었다.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CEO는 “도쿄올림픽 개최는 자살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질랜드 정부의 공중보건 고문인 마이클 베이커 오타고대학 교수는 “지금 올림픽을 개최하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도쿄올림픽이 ‘세계적인 코로나19 감염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6000여 명의 의료진이 소속된 일본 도쿄보건의협회는 “병원이 포화 상태라 코로나19 대응 능력이 없다”며 올림픽 취소를 강력히 요구했다.

올림픽 취소 결정은 오로지 IOC만 내릴 수 있다. IOC와 개최국 사이에 합의된 계약 사항이다. 현재 IOC는 도쿄올림픽이 ‘관중 없는 속 빈 강정’이 되더라도 상관없다는 분위기다. 최악의 경우 도쿄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난리가 나도 자신들 문제는 아니라는 듯하다.

개최지 국민이 참여하지 못하는 올림픽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IOC는 개최지 도쿄에 올림픽 개최 책임만 요구할 뿐 뒤따를 파장은 신경쓰지 않고 있다.

IOC가 이처럼 올림픽 개최를 고집하는 밑바탕에는 돈이 깔려 있다. 특히 TV 중계권료가 막대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IOC는 도쿄올림픽 중계권 판매로만 26억4625만달러(약 2조9572억원)를 벌어들인다. 전체 수익의 73%를 차지한다. 미국 NBC는 2032년 올림픽까지 중계권을 갖는 조건으로 이미 15조원이 넘는 돈을 IOC에 지불했다. 대회를 취소하면 IOC는 막대한 손해는 물론 온갖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IOC가 왜 무리해서라도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려는지는 파운드 위원의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안전을 생각하면 관객을 입장시켜선 안된다”며 “전세계의 99.5%는 (경기를) TV나 전자 플랫폼에서 즐기기 때문에 경기장에 관객이 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TV나 온라인 중계가 올림픽 강행의 목적이라는 것을 드러낸 셈이다.

올림픽의 핵심은 전 세계 젊은이들이 내뿜는 열정과 투혼이다. 그런 아름다운 이미지 뒤에는 IOC의 돈잔치가 자리하고 있다. IOC가 탐욕을 채우기 위해 혈안이 되는 동안 개최한 도시들은 잇달아 빚에 허덕이고 있다. 오죽하면 ‘올림픽의 저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IOC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세계보건기구(WHO)와 협의를 거쳐 올림픽 참가 선수, 취재진 등에게 코로나19 방역 규범집인 플레이북을 온라인으로 배포했다. 플레이북에는 일본 입국 전과 후 코로나19 검사 횟수, 코로나19 확산을 피하기 위한 대중교통 이용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애니 K 스패로 의학박사 등 공공보건 전문가 4명은 최근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올린 논문을 통해 ‘플레이북이 허점투성이고 엄격한 과학 기준에 바탕을 두고 제작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논문의 선임 저자인 스패로 박사는 27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의학의 기본 문제인데, 이를 IOC가 그간 무시해왔다”며 “IOC가 지금이라도 기본 의학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리스의 고대 올림픽을 계승해 1896년부터 시작된 근대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라는 거대한 목표를 내세웠다. 도쿄올림픽의 슬로건 역시 ‘감동으로 우리는 하나가 된다’였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이 다가올수록 그런 이상이나 감동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IOC의 독선이 계속되면서 ‘평화의 축제’라는 올림픽의 가치는 점점 훼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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