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의 의도는 ‘제2의 조선구마사’를 사전에 색출해 세상에 나오게 하지 말자는 취지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만능 열쇠처럼 발휘되는 ‘시청자 주의’가 자칫 창작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중과 쌍방향 소통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는 하나, 극단적인 일부 여론까지 방송사와 광고주가 무조건 따르는 게 과연 능사인지 의문을 품는 시각도 조심스레 제기되는 이유다.
JTBC에서 하반기 방송을 준비 중인 ‘설강화’가 대표적이다. ‘설강화’는 극중 남자 주인공이 남파 간첩이며,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팀장과 여주인공을 둔 삼각 로맨스를 그린다는 시놉시스 내용 일부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유출되면서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조선구마사’ 사태를 지켜보며 시청자 불매운동의 위력을 경험한 방송사와 광고주들은 상황을 외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에 ‘설강화’에 가구를 협찬하기로 했던 한 업체는 방송 시작도 전에 협찬 계약을 철회했다. JTBC가 논란이 된 유출 내용과 실제 작품 내용을 직접 공개해 대조하면서까지 의혹 해명에 적극 나섰지만 촬영을 중지시켜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가는 등 비난 여론은 거세지는 실정이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이번 불매운동 여파로 중국 작품을 원작으로 둔 드라마들의 논의 자체가 잠정 중단된 것으로 안다“며 “논란의 불똥이 출연 배우에게까지 튀니 ‘사극이나 시대극 제안은 받으면 안된다’란 하소연도 나온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표면에 드러난 일부 정황만으로 실체도 나오지 않은 콘텐츠의 제작 자체를 막으려는 것은 ‘사전 검열’과 다를 바 없다. 이 같은 움직임은 콘텐츠 시장 자체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상황을 지켜보는 방송사와 광고주의 면밀한 판단이 보다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