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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 작품이 여론 악화 등으로 조기 종영을 맞는 것은 드라마 시장에서 과거에도 있던 일이지만, 이번 ‘조선구마사’ 폐지를 촉발한 시청 불매 운동은 대중의 행동력은 물론 파급력에서도 기존 규모를 압도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불매 운동의 주축이 된 MZ세대(198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2000년대 초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신조어)의 ‘똑똑하고 적극적인’ 소비 행태에 주목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치, 사회적 표현에 거리낌이 없는 MZ세대는 소비행위에 개인의 신념을 투영하는 ‘미닝아웃’ 식 소비 패턴을 내면화하고 있다”며 “이들은 지난 2019년 반일감정으로 촉발한 ‘노 재팬 운동’ 등 일상에서 신념을 표현한 보이콧 운동이 가시적 성과를 안겨주는 사례들로 변화가 주는 성취감을 몸소 체험한 세대다. 바로잡아야 할 대상이 있으면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집요하게 행동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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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구마사’의 조기 종영이 주목을 받는 것은 시청자의 비난 여론에 부딪쳐 방송 2회 만에 내려진 결정이기 때문이다. 그간 드라마 조기 종영은 시청률 부진이나 주요 출연진이 연루된 각종 사건, 사고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모든 과정 및 결과는 시청자들의 조직적이고도 적극적인 의사 표출에 기인한다. 예전에는 방송 콘텐츠에 문제가 있으면 포털 사이트 공식 소통 창구나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 항의글을 올리거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접수하는 정도였다. ‘조선구마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드라마 제작에 직결된 광고 예산이나 제품 협찬, 장소 지원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및 지자체도 함께 압박했다. ‘광고 및 협찬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중국풍, 역사왜곡 논란에 동조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조선구마사’의 광고 배치, 제품·장소 협찬에 참여한 기업, 지자체 목록까지 리스트로 정리해 보이콧 움직임을 보였다.
‘설강화’ 등도 불똥…도 넘는 비난 우려
불씨는 다른 드라마들로 빠르게 옮겨붙는 모양새다. 오는 5월 첫 방송인 tvN ‘간 떨어지는 동거’와 7월 방송을 앞둔 JTBC ‘설강화’가 대표적이다.
‘설강화’는 지난 26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통해 일부 시놉시스가 유출되면서 역사왜곡 논란에 직면했다. 유출된 내용에 따르면 배우 정해인이 맡은 남자주인공 역이 실은 북한 간첩이며, 그룹 블랙핑크 멤버 지수가 맡은 여주인공 캐릭터를 둔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직원과의 삼각관계 갈등이 예정돼 있다. 해당 시놉시스 내용이 민주화 운동을 왜곡하고 간첩, 안기부를 미화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일며 논란은 확산됐다.
‘간 떨어지는 동거’의 경우 중국 OTT(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기업인 아이치이(iQIYI)가 제작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반중 정서의 타깃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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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평론가는 “제작자들이 앞으로 더 경각심을 갖고 콘텐츠 제작에 심혈을 기울일 계기가 됐다는 점에선 순기능을 띨 수 있지만, 일부 비난을 위한 비난, 과도한 몰아가기와 공분, 도를 넘은 수위의 불매운동에 제작 환경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경각심도 가져야 한다”고 우려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