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연습 이틀 이상 쉰 적 없어"…노력의 가치 입증한 임성재

  • 등록 2020-11-17 오전 12:00:05

    수정 2021-04-29 오전 12:31:52

임성재.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불가능한 건 없다고 믿고 있어요.”

임성재(22)가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150만달러)에서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공동 2위를 차지하며 아시아 골프 역사를 새롭게 썼다.

20언더파 268타를 친 더스틴 존슨(미국)이 우승했지만 준우승을 한 임성재도 처음 출전한 마스터스에서 한국선수 역대 최고 성적, 아시아 국적 선수 최초 준우승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2018~2019시즌 데뷔해 아시아 선수 최초로 PGA 투어 신인상을 받은 임성재는 2019~2020시즌 혼다 클래식 정상에 오르며 PGA 투어 우승자 대열에 합류한 데 이어 다시 한번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면 뭐든지 이룰 수 있다.”

임성재가 골프를 시작한 뒤 한순간도 잊지 않고 되새겨온 말이다. 임성재가 PGA 투어 진출 3년 만에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실제 그의 생활은 모든 게 골프에 맞춰져 있다.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 2일 이상 골프채를 안 잡아본 적이 없고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연습장에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는 임성재는 “대회에 나가는 것만큼 연습장에서 훈련할 때가 가장 좋고 소중하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해왔다.

마스터스 2주 전 퍼터 교체 ‘승부수’

마스터스 첫 출전에도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게 된 배경에도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시즌 막판부터 최근까지 퍼트가 흔들리며 고전했던 임성재는 마스터스를 앞두고 매일 4시간 이상을 그린 위에서 보냈다. 그리고 처음 경험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공략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특히 유리알처럼 빠른 그린을 공략하기 위해 새로운 스트로크 방식을 익혔다.

임성재는 매일 아침 연습장에서 슬라이스(오른쪽으로 휘어지는)와 훅(왼쪽으로 휘어지는) 경사의 퍼트 각 1시간, 2m 이내 퍼트 1시간 등 훈련 방식을 세부적으로 나눠 놓고 목표를 채울 때까지 집중했다.

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시즌 중 퍼트 연습에 1시간 이상 투자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선수가 휴식에 집중하며 다음 대회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임성재는 달랐다. 노력을 최고의 가치로 믿고 방심하는 순간 무너지는 게 골프라는 걸 알고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임성재는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연습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임성재는 마스터스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훈련 중 이데일리와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최근 4주 연속 대회에 출전했지만 부족함을 느낀 부분이 많아 버뮤다 챔피언십이 열리는 기간에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며 “샷과 그린 주변 어프로치, 퍼트 연습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약점을 보완하는 최고의 방법은 연습뿐이다”라며 “매일 그린 위에서 수백 개의 공을 굴렸고 스트로크를 똑바로 치는 방식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 이제는 5m 이내에서 80% 이상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훈련 결과에 만족감을 보였다.

임성재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나흘 내내 날카로운 퍼트 실력을 자랑했다. 마스터스 72홀을 경기하면서 홀당 평균 1.42개의 ‘짠물’ 퍼트를 하며 그린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 72홀 동안 3퍼트는 단 2번뿐이었을 정도로 오거스타의 빠른 그린을 완벽하게 정복했다. 나흘 동안 24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15타를 줄였고 2004년 최경주(50)가 세운 한국 선수 최고 기록(공동 3위)을 뛰어넘는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성적을 작성했다.

타이거와 어깨 나란히…다음 목표는 ‘세계 톱10’

안병훈(30)과 저스틴 토머스(미국) 등 동료들이 칭찬한 임성재의 그린 주변 어프로치와 벙커샷도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임성재가 사용하는 60도 웨지의 수명이 그 노력을 대변한다. 임성재는 3주마다 60도 웨지를 교체한다. 경기 중에만 사용한다면 수개월을 쓰고 바꿔도 무방하지만, 매일 쉬지 않고 연습하는 임성재의 웨지는 닳고 닳아 3주만 지나면 페이스의 그루브(홈)가 사라지고, 바닥이 밋밋해져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임성재가 그만큼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는 증거다.

마스터스 준우승으로 세계랭킹 18위로 상승한 임성재는 꿈꿔왔던 세계랭킹 톱10 진입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임성는 “차근차근 올라가 세계랭킹 10위라는 목표를 이루겠다”며 “프로가 된 후 가장 이루고 싶었던 목표가 세계랭킹 톱10”이라고 힘줘 말했다.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아버지가 사다 준 플라스틱 골프채를 휘두르며 골프와 인연을 맺고 네 살 때 어머니와 함께 연습장을 다니며 골프에 재미를 붙인 임성재는 타이거 우즈(미국)의 우승 장면을 본 2005년 프로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15년 후 타이거 우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수가 됐다.

임성재. (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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