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어스필드 징크스 날린 류현진, 사이영상 더 가까워졌다

  • 등록 2019-08-02 오전 6:00:00

    수정 2019-08-02 오전 7:23:05

LA 다저스 류현진이 콜로라도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LA 다저스)이 ‘투수의 무덤’ 쿠어스필드과 ‘천적’ 놀란 아레나도에 대한 징크스를 완전히 깼다.

류현진은 1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안타 3개와 볼넷 1개를 줬을 뿐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타선이 단 1점도 뽑지 못해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다. 시즌 12승 및 한미 통산 150승 달성을 다음 경기로 미뤄야 했다.

류현진은 시즌 개막 후 초반 12번의 선발 등판에서 9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 이후 9번의 선발 등판에선 8번이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고도 단 2승밖에 추가하지 못했다. 승운이 좀처럼 따르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날 호투는 분명히 큰 의미가 있었다. 지난번 쿠어스필드의 악몽을 확실히 씻어냈다. 1600m 고지에 있는 쿠어스필드에 공기 저항이 적은 탓에 타구가 다른 구장보다 훨씬 멀리 나간다. 회전하는 공의 실밥과 공기 저항을 활용하는 변화구도 위력이 감퇴한다. 아무리 뛰어난 투수도 쿠어스필드에선 고전을 면치 못한다.

류현진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래 쿠어스필드에서 5번 등판했지만 1승 4패, 평균자책점 9.15에 그쳤다. 2013년 첫 등판에서만 승리투수가 됐을 뿐 이후 4번의 등판에선 처참하게 난타당했다.

올 시즌도 6월 29일 쿠어스필드 마운드에 올랐지만 4이닝 동안 홈런 3방과 안타 9개를 맞고 7실점 해 패전투수가 됐다. 호투 행진을 이어가던 류현진으로선 기억하기 싫은 최악의 순간이었다.

이날 등판을 앞두고도 걱정이 많았다. 사이영상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자칫 평균자책점이 더 나빠져 불리한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류현진은 보란 듯이 콜로라도 타자들을 압도했다. 6이닝 무실점으로 에이스 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천적’ 아레나도를 3타수 무안타로 완벽하게 제압한 것은 더욱 기쁜 일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전까지 아레나도에게 통산 타율 6할9리(23타수 14안타)로 유독 약했다. 14안타 가운데 홈런이 4개나 됐고 2루타 역시 4개였다. 지난 6월 29일 쿠어스필드 등판 때도 투런 홈런, 2루타를 내주며 철저히 당했다. 인터뷰에서 “아레나도를 만나면 꿀밤이라도 때려주고 싶다”고 농담을 했을 정도로 류현진 입장에선 까다로운 상대였다.

하지만 이날은 처지가 바뀌었다. 류현진이 아레나도의 천적이 됐다. 류현진은 1회말 2사 후 아레나도와 첫 대결을 펼쳐 3루수 앞 땅볼로 잡아냈다. 2구째 체인지업으로 땅볼 타구를 유도했다. 4회말 1사 상황에선 초구 컷 패스트볼로 우익수 뜬공을 이끌어냈고 6회말 세 번째 대결에서도 슬라이더로 유격수 땅볼 처리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 슬라이더를 거의 던지지 않았다. 이날은 아레나도를 상대하기 위해 슬라이더를 비장의 무기로 들고 나왔다. 아레나도가 슬라이더 투수에게 약하다는 점을 역이용한 것이었다. 기존에 알던 변화구와 다른 공으로 허를 찌르자 아레나도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시즌 12승 달성은 실패 했지만 평균자책점을 1.74에서 1.66으로 낮췄다.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면서 이 부문 메이저리그 1위 자리를 지켰다. 양대 리그를 통틀어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1점대 평균자책점은 류현진이 유일하다.

사이영상 수상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높였다.

여러 상황은 류현진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 강력한 사이영상 경쟁자인 맥스 슈어저(워싱턴·9승5패 평균자책점 2.41)는 등근육 통증으로 최근 부상자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슈어저의 팀 동료인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14승4패 평균자책점 3.26)와 마이크 소롯카(애틀랜타·10승2패 평균자책점 2.37) 등도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지만 기록적인 부분에선 류현진에는 미치지 못한다.

류현진이 남은 시즌 동안 급격히 무너지지 않고 지금 페이스를 잘 유지한다면 아시아 선수 최초 사이영상 수상은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날 투구로 올 시즌 더 이상 쿠어스필드에서 던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류현진에게는 반갑다.

류현진은 경기 후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쿠어스필드에서 성적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닝을 막는 데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며 “선발 투수라는 생각을 지우고 그저 마운드에 올라 이닝을 안전하게 막겠다는 생각만 한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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