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온 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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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레전드의 귀환에 기대가 과했던 탓일까. 디지털 기술을 등에 업고 화려하게 귀환할 것 같았던 ‘라이온 킹’은 아날로그 감성을 놓치며 맥빠진 귀환을 알린다. 용두사미,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 감성의 부조화의 결과이다.
‘라이온 킹’은 1994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원작을 라이브 액션(실사)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아기 사자 심바가 삼촌 스카의 계략에 빠져서 동물의 왕이자 아버지인 무파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잘못으로 왕국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이야기이다. 심바의 성장담을 서술한다.
심바가 태어난 프라이드 랜드는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고 다스리는 양육강식의 세계이지만 그 안에서 동물들은 미묘한 균형을 이루며 살아간다. ‘라이온 킹’은 정교한 기술로 ‘동물의 왕국’을 보는 듯 현실에 가깝게 경이로운 세계관을 스크린에 구현해냈다. 허나 그뿐이다. 혁신적 기술은 감탄을 줬으나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실사화를 가능케 할 정도로 향상된 컴퓨터 기술임에도 원작이 줬던 풍부하고 따뜻한 질감을 살리지 못했다.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인간처럼 동물들을 표현해 상상력을 자극했던 원작의 장점은 희미해졌다. 사실적 표현에 동물들의 표정이나 감정선이 단조롭게 그려지고, 현실적인 세계관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건조하다. 캐릭터의 변화만큼 스토리도 밋밋해졌다. 원작에서 스카가 형인 무파사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대목, 심바가 과거의 잘못을 마주하고 극복하는 대목, 심바가 스카에게 분노하는 동기 등이 실사에서 세밀하게 표현하지 못해 후반부의 강렬한 감동을 잃었다.
‘라이온 킹’은 힘의 논리를 내세우는 인간과 다름 없는 동물의 세계를 배경으로 생명의 순환과 균형, 공동체적 가치를 말하는 우화이다. 메시지는 감흥을 상실한 세계관에 녹아들지 못하고 겉돈다. 심바의 소꿉친구인 날라와 암사자들의 캐릭터도 현대적으로 변형됐으나 감흥을 잃은 탓에 재해석도 돋보이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스토리가 야물지 못한데 원작보다 30분 늘어난 러닝타임은 무리수다.
디즈니는 ‘정글북’에 ‘미녀와 야수’ ‘알라딘’을 성공시키며 실사 영화에 자신만만 행보를 걷고 있다. ‘라이온 킹’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레전드로 꼽히는 작품으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뜨겁다. 실사화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초반 관심은 대단하겠지만 감동이 부족한 스토리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미지수다. ‘라이온 킹’이 디즈니 실사 영화의 후광효과를 볼지,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성공 가도에 제동을 걸지 지켜볼 일이다.
별점 ★★☆(★ 5개 만점, ☆ 반점) 감독 존 파브로. 러닝타임 118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 7월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