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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 보다 못한 사전제작도, 최악이죠”
방송 일정과 거의 맞물려 돌아가는 촬영을 ‘생방송 촬영’이라 말한다. 주 68시간에 눈 감은 제작진이라면 밤샘 촬영, 끝 모를 대기 등도 따라붙는다. 당연히 피로는 누적된다. 부상이나 방송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3월 종영한 tvN 드라마 ‘화유기’가 대표적이다. 고강도 노동에 시달린 스태프가 세트장에서 낙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CG 작업이 완성되지 않은 영상이 그대로 방송에 나갔다. 불과 15개월 만에 ‘빅이슈’라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됐다.
자구책을 마련하려는 방송가의 노력이 아예 없진 않았다. 문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영 중인 MBC 월화 미니시리즈 ‘아이템’은 당초 사전제작으로 기획됐다. 지난해 9월 촬영을 시작했다. 계약서에 명시된 촬영 종료 시점은 1월 말이었다. 2월 중순부터 주인공 주지훈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2’ 촬영이 예정돼 있었다. 촬영은 두 달 늦어진 지난 21일 종료됐다. 늦장 촬영 탓이었다.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에 6개월이란 제작 기간까지 투입했지만 결과는 씁쓸했다. 3~4%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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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풍’이 불었던 2015년 전후 사전제작은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중국 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기 위함이었다. 한한령 이후 사전제작의 필요성은 다시 잠잠해졌다. 특정 작가나 PD, 제작사 등 누군가의 노력 의존해 극히 일부에서 사전제작이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사전제작을 시스템화 시키는 노력을 강조한다. 결국 생방송으로 이어지는 ‘쪽대본’, ‘늦장 촬영’ 등을 제한할 수 있는 콘트롤 타워 혹은 프로듀서의 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박상주 성균관대 영상학과 겸임교수는 제작 일수를 줄여 제작비를 아끼려는 제작사, 뚜렷한 콘티 없이 ‘찍고 보자’는 PD, 제때 대본을 쓰지 않는 작가 등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박 겸임교수는 “단순한 현장 관리를 뛰어넘어 작가·감독과 함께 현장을 이끌어 가는 역량 있는 프로듀서가 육성돼야 한다”며 “창의력을 기반으로 하지만 결국엔 드라마도 사업이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한류의 내실 다지기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