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8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인근 골프장에서 열린 주니어 골프대회. 13세부터 18세 선수들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14세의 이병호는 이틀 동안 2언더파 142타를 쳐 당당히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한국으로치면 중학교 1학년 학생이 고등학교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자 텍사스 주니어 골프계가 술렁였다.
이병호는 한국에서 3년 동안 골프를 배운 뒤 지난해 7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골프유학을 떠났다. 한국에서도 초등학교 대회에 나가 10승 넘거 우승을 경험한 그는 미국에서도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트로피를 휩쓸고 있다. 유학을 가자마자 지역 대회에서 우승을 싹쓸이하고 있는 이병호는 지난 3월에는 남자골프 전 세계랭킹 1위 닉 팔도(잉글랜드)가 주최하는 메이저 챔피언십 인비테이셔널에 초청돼 미국을 대표하는 주니어 골퍼들과 샷대결을 펼쳤다. 이 대회는 미국 전역에서 2승 이상을 거둔 19세 이하의 유망주들이 참가했다. 이병호는 이 대회에서 당당히 13위에 올라 또 한 번 주목받았다.
지난 22일 방과 후 골프연습을 마치고 휴스턴의 집으로 돌아온 이병호는 이데일리와 전화 통화에서 “이제 미국에 온지 8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여러 대회에 출전하면서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아직 갈 길이 멀고 배울게 많은 만큼 열심히 해서 좋은 프로골퍼가 되고 싶다”는 꿈을 또박또박 말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이병호의 골프 연습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계속된다. 집에선 퍼팅 매트 위에서 최소 1~2시간은 공을 굴려야 직성이 풀린다. 이렇게 하루 4~5시간을 연습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밀린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보통 하루 숙제만 6~7개다. 다 마치면 새벽 1~2시를 넘길 때가 많다. 중학교 1학년에겐 힘든 생활이지만, 골프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는 이병호는 “잠을 못자더라도 골프 연습만큼은 절대 쉴 수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병호는 한국에서부터 다양한 운동을 했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접한 운동은 아이스하키다. 그러던 중 아버지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갔다가 클럽으로 공을 맞히는 게 너무 재미있어 그 즉시 아이스하키 스틱을 내려놓고 골프채를 잡았다. 처음엔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병호의 부친 이성환 씨는 국내 굴지의 스포츠매니지먼트를 운영하고 있다. 박세리부터 신지애, 최나연, 홍순상 그리고 지금은 박성현까지 숱한 스타들과 함께 했던 만큼 프로골퍼로 성공하는 게 얼마나 힘든 길인지 잘 알고 있다. 이병호는 “아빠도 처음에는 반대하셨지만, 제가 계속 졸라서 어쩔 수 없이 허락하셨다”면서 “그만큼 골프가 좋았다”고 말했다.
중학생인 이병호는 벌써 키가 181cm나 된다. 드라이브샷을 300야드나 때려낼 만큼 힘도 붙었다. 하지만 아직은 사춘기 소년의 티도 벗어내지 못했다.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엄마 옆에서 얘기하는 게 쑥스러웠던지 전화기를 들고 자기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다가 골프얘기만 나오면 목소리가 달라졌다. 얼른 성인이 돼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 PGA 투어에서 당당하게 겨뤄보고 싶다는 이병호는 “아직은 먼 얘기지만 PGA 투어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룰 때까지 더 열심히 하겠다”면서 “PGA 투어에 가서 마스터스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게 꿈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작은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자만하지 않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벌써 성공하기 위해선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도 알고 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