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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은 고구마처럼 생긴 타원형 모양의 공을 들고 전진해 상대 골라인에 도착하거나 골대 안으로 공을 차서 넘기면 득점하는 경기다. 선수들은 묵직한 보호장구를 차고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다. 황무지를 개척하며 일궈낸 미국의 역사와 닮아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생소하지만 미국에선 가장 인기가 높은 스포츠다. 미국의 ‘국기(國技)’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슈퍼볼은 미국프로풋볼리그(NFL)의 최강팀을 가리는 시즌 결승전이다. 내셔널풋볼콘퍼런스(NFC) 우승팀과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 우승팀이 단판 승부를 펼친다.
올해 슈퍼볼은 2월 4일 오전 8시 30분(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전 미국인이 집중하는 이번 슈퍼볼의 주인공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로스앤젤레스 램스다. 보스턴과 LA, 동부와 서부를 대표하는 두 대도시 연고팀의 대결이다보니 열기가 더 뜨겁다. 두 도시는 지난해 10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도 맞붙은 바 있다. 당시에는 보스턴 연고의 레드삭스가 LA 연고의 다저스를 4승1패로 제압한 바 있다.
이번 슈퍼볼은 ‘관록’ 대 ‘패기’의 대결이다. 뉴잉글랜드는 NFL을 대표하는 최고의 명문 팀이다. 1959년 창단 이후 올해까지 통산 11번 슈퍼볼에 진출했고 5차례(2002·2004·2005·2015·2017년)나 우승을 차지했다. 뉴잉글랜드가 올해도 우승하게 되면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함께 최다 우승 공동 1위(6회)에 오른다.
반면 램스는 2000년에 한 차례 우승한 것이 전부다. 이번에 구단 역사상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슈퍼볼 진출 자체가 2002년 이후 17년 만이다. 17년 전 슈퍼볼에서 램스의 우승 희망을 꺾었던 팀이 바로 뉴잉글랜드였고 슈퍼볼 MVP가 브래디였다.
램스의 감독과 쿼터백은 뉴잉글랜드에 비하면 철부지나 다름없다. 램스를 이끄는 숀 맥베이 감독은 이제 겨우 33살이다. 2017년 램스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 그의 나이는 만 30세였다. NFL 역사상 최연소 감독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금도 현역 감독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다. 여전히 선수로 뛰는 브래디보다 9살이나 젊다. 벨리칙 감독과 브래디가 2002년 처음으로 슈퍼볼 우승을 합작했을 때 그는 겨우 16살 고등학생에 불과했다.
재밌는 것은 맥베이 감독이 가장 존경하고 의지하는 인물이 벨리칙 감독이라는 점. 맥베이 감독은 미디어데이 인터뷰에서 “시즌 내내 팀을 운영하는 데 막막할 때마다 문자메시지로 벨리칙에게 조언을 구해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램스의 쿼터백 제러드 고프(25)도 젊은 신예다. 2016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된 뒤 2년 만에 슈퍼볼 무대를 밟게 됐다. 브래디와 고프의 나이 차이는 17년 2개월이나 된다.
특히 쿼터백의 경험 차이가 크게 두드러진다. 9번째 슈퍼볼에 나서는 브래디의 관록을 이제 겨우 20대 중반에 불과한 신예 고프가 넘어설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게다가 램스는 뉴올리언스 세인츠와의 NFC 챔피언십에서 심판의 결정적인 오심 덕분에 승리를 거두고 슈퍼볼에 올라왔다. 그런 논란이 젊은 선수들에게 더욱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슈퍼볼은 경기 만큼이나 많은 볼거리가 있다. 이 경기를 중계하는 미국 지상파 방송국 CBS는 무려 115대의 카메라를 동원할 예정이다. 지난해 생방송 중계를 맡았던 NBC는 106대의 카메라를 사용한 바 있다.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환상적인 공연을 펼치는 슈퍼볼 하프타임쇼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끈다. 올해는 세계적인 록밴드 마룬5와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콧, 래퍼 빅보이가 등장해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작년에는 저스틴 팀버레이크, 재작년에는 레이디가가가 하프타임쇼의 주인공이었다.
슈퍼볼이 열리는 애틀란타 메르세데스 벤츠 스타디움은 7만1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CBS에 따르면 올해 슈퍼볼 티켓은 온라인에서 평균 5000달러에 육박하는 금액에 팔리고 있다. 애틀랜타 인근 100여개 호텔도 객실이 이미 꽉 찼다. 평소 하룻밤 투숙이 90달러 정도인 호텔 평균 가격은 슈퍼볼 시즌에는 3배 이상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