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시상식 포화' 가요계, 우려는 답이 아니다

  • 등록 2018-12-04 오전 6:00:00

    수정 2018-12-04 오전 6:00:00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최근 대중음악계에서는 2018년을 결산하는 시상식 시즌과 맞물려 ‘시상식 포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상식 신설이 잇따르면서다.

올해만 해도 음원 사이트 지니뮤직이 다수의 케이블채널을 보유한 MBC플러스와 ‘MBC플러스×지니뮤직 어워드(MGA)’ 첫회를 진행했고 오는 20일에는 한국연예제작자협회와 대한가수협회 등이 참여하는 ‘대한민국 대중음악 시상식’이 선보인다. 지난해 음원 사이트 소리바다가 시작한 ‘소리바다 베스트 케이뮤직 어워즈’ 등 기간을 조금만 넓히면 신설 시상식의 숫자는 더 늘어난다.

영향은 한해 결산과 축제가 돼야 할 시상식의 의미 퇴색, 권위 하락으로 모아진다. 이미 오랜 기간 진행돼 온 시상식도 적지 않다. 여기에 신설 시상식까지 늘어나니 여러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참석 요청을 받는 가수들과 기획사 입장에서 수상의 기쁨보다 피로도가 높다. 더구나 시상식의 증가에는 K팝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주최사의 홍보 및 입지 강화를 위한 ‘숟가락 얹기’ 의도도 보인다. 시상식마다 화려한 행사를 위해 경쟁적으로 인기 가수들의 참석에 열을 올리고 그 과정에서 시상 부문을 늘리기까지 하는 것은 트로피의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동반한다.

시상식의 증가가 부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들에게는 큰 비용 부담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무대를 직접 관람할 수 있는 기회다. 티켓 가격이 5000~1만원인 시상식이 적지 않다. 10만원이 넘어가는 인기 아이돌 그룹의 단독 콘서트보다 부담이 덜하다. 더구나 시상식이어서 가능한 인기 가수들의 컬래버레이션 공연 등을 포함하면 볼거리는 한층 풍성해진다. 가수들도 기존 활동곡들 외에 새로운 모습을 실험적으로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다. 특히 재능은 있지만 방송 출연 등에서 기회를 잡기 힘든 신인, 소형 기획사 소속 가수들에게 자신의 가능성을 알아봐주고 트로피를 안겨주는 시상식은 도약의 기회도 된다.

경계해야 할 것은 획일화다. 이번 시상식 시즌을 앞두고 회자된 ‘어대방’(어차피 대상은 방탄소년단)이라는 말이 국내 대중음악 시상식의 문제점을 대변한다. 올해 활약을 감안하면 대중음악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의 대상 수상 자격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대부분의 시상식이 아이돌 음악을 중심으로 진행이 되고 수상자 선정 기준을 팬덤, 인기에 맞추고 있는 것은 문제다. 참석 가수들의 면면이 엇비슷하니 차별화는 쉽지 않다. 시상식의 목적 중 하나가 대중음악의 발전에 대한 기여라면 장르의 다양화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미국에는 록음악 시상식(Rock and Roll Hall of Fame Induction Ceremony), 복음성가 시상식(GMA Dove Awards)도 존재한다. 음악전문 케이블채널 MTV는 뮤직비디오 시상식도 진행한다.

기존 시상식 중 메이저 시상식을 선별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많은 시상식이 존재하는 미국에서도 그래미어워드, 빌보드뮤직어워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가 3대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꼽힌다. 주최사의 영향력, 선정 기준의 공정성, 대중의 인지도 등이 그 기준이 된다. 가수들은 수상을 못해도 초대를 받아 참석을 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받아들인다. 세계 각지에서 관심을 갖지만 대상 수상자가 직접 참석을 못하고 영상으로 수상 소감을 전해도 되는 것은 시상식 자체의 권위를 대변한다. K팝의 영향력이 전세계적으로 확대된 지금, 한국에서도 그런 권위를 갖춘 대중음악 시상식이 생겨날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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