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덕환 “신하균·박해일 있어 연기 포기 안 해”(인터뷰)

  • 등록 2018-07-28 오전 6:30:10

    수정 2018-07-28 오전 6:30:10

사진=씨엘엔컴퍼니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청산유수였다. “부끄러워 모니터를 잘 못하겠다”며 툭 속내를 털어놓다가, “캐릭터처럼 ‘안전한 남자’는 아니”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다 공감되는 비유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유연한 연기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지난 16일 종영한 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의 류덕환이었다.

◇“이엘리야와 키스신, 자연스럽게 나왔죠”

‘미스 함무라비’는 올 1월 전역한 류덕환의 복귀 후 첫 작품이었다. 전역한 날 오후 바로 리딩에 참석했다. 그만큼 의욕적인 복귀작이었다. 군 입대 전과 후, 드라마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까닭도 있었다. 20대 시절 “포기할 건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좋아하는 작품만 했다”는 그는 “드라마라는 매체가 여전히 두렵지만 용기 냈다”고 말했다.

“복무 시절 후임이 ‘TV에서 보고 싶다’고 말하더라. 선임이 연예인이면 궁금한 게 많을 수도 있는데, 딱 그 한 마디 했다. 대중과 접점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동안 너무 겁먹은 건 아니었나 싶더라.”

류덕환이 맡은 정보왕은 주인공 임바른(김명수 분)의 연수원 동기다. 공대 출신으로 성공을 위해 직장인으로 살던 그는 박차오름(고아라 분)와 임바른을 통해 진짜 판사로 거듭난다. ‘걸크러시’ 이도연(이엘리야 분)을 만나 사랑에도 눈뜬다. 캐릭터의 성장을 그려내며, 극의 활기도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분량 그 이상의 존재감이란 평가였다. 대표적인 장면이 이엘리야와 키스신. 지문에는 없었지만 어색한 손으로 풋풋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청자에겐 귀여운 키스신으로 기억에 남았다.

“계단에서 촬영해 자세가 불편했다. 자연스럽게 허우적거리는 손이 나왔다. 감독님이 ‘컷’을 외치지 않아 그 상태에서 대사를 읊기도 했다. 정보왕의 순수함과 남자다움을 함께 표현한 장면이 아닐까 싶다.”

사랑의 기쁨을 온 몸으로 표현하며 출근하는, 일명 ‘라라랜드’ 신도 마찬가지다. 현실적인 ‘미스 함무라비’에서 드물게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장면이다. 드라마 특성을 고려해 뮤지컬처럼 풀어내는 방법을 떠올렸다. 그는 “현장에서 감독님과 주변 지형을 살핀 후 직접 안무를 짰다. 아니, 안무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몸부림’ 정도로 하자”고 웃었다.

사진=스튜디오앤뉴
◇“연기 그만두고 싶었던 날도…”

여전히 앳된 얼굴이지만 데뷔 27년차다. 1992년 MBC ‘뽀뽀뽀’로 데뷔해 아역으로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2006)로 제19회 청룡영화상 남우신인상을 수상한 뒤 영화 ‘우리동네’(2007), ‘그림자 살인’(2009) 등과 OCN 드라마 ‘신의 퀴즈’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그 사이 ‘믿고 보는 배우’란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 붙었다. 그는 정작 류덕환이란 이름 보다 캐릭터나 작품을 기억해줄 때 힘이 난다고 답했다.

“몇 년 전 대학로에서 연극을 할 때였다. ‘신의 퀴즈’ 시즌2 촬영을 앞두고 있었다. 카페에 앉아 있는데 옆자리 고등학생들이 ‘신의 퀴즈’ 이야기를 하더라. 내 이름도 언급됐다. 심지어 눈까지 마주쳤는데 끝까지 날 못 알아봤다. (웃음) 희열이 느껴졌다. 류덕환의 정보왕도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지난 시간이 마냥 순탄하진 않았다. 사춘기 시절 현장에서 적잖은 상처도 받았다. 당시 “연기 보단 학교를 가지 않아 마냥 좋았던” 10대 소년으로선 막막했다. 좋아하는 연기를 접을까 고민도 했다. 그때 그를 다그치고, 또 붙잡아 준 이들이 있었다. 신하균과 박해일이었다. 이제 현장에서 맏형이 된 그가 “따라가고 있는” 선배들이었다.

“현장에서 형들의 등을 보며 자랐다. 그땐 형들의 가슴이 정말 넓다고 생각했다. 내가 형이 되니까 그게 아니더라. 처음부터 그런 것이 아니라 속내를 들키지 않는 방법을 터득한 거였더라. 형들도 똑같이 긴장하고, 마음 졸이는 날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류덕환에게 ‘신의 퀴즈’란?

‘신의 퀴즈’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르물이 낯선 시절인 2010년 첫 선을 보여 꾸준히 사랑 받았다. 유쾌한 ‘천재 의사’ 한진우 캐릭터로 류덕환이란 이름을 대중에 각인 시켰다. 그의 전역과 함께 시즌5도 준비 중이다. “확정된 것은 없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이면서도 “소중한 일기장 같은 작품”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신의 퀴즈’는 영광스러운 작품이다. 드라마에 대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당시 시놉시스만 읽고 캐릭터에 푹 빠져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돌이켜 보면 지난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 같다.”

그는 지난 20대를 떠올리며 “고집이 많았다”고 표현했다. 그땐 멋있는 선택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좋은 사람들을 만나 내 고집에 맞춰 준 것”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30대는 그만큼 관계의 소중함을 지켜나가는 것이었다. 이 같은 여유로움은 활동 계획에서도 묻어났다. ‘연기 거인’ 류덕환의 내일이 더욱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지금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최선을 하고 싶다. 전에는 매번 다른 캐릭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만큼 잘 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요즘 달라졌다. 예전에 했던 연기가 고파지고 했고, 해보지 않은 것도 아직 많다. 차근차근 다 해보고 싶다.”

사진=씨엘엔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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