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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7년의 밤’(감독 추창민)의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다른 어떤 것보다 장동건의 파격 변신이 화제였다. 배우는 천의 얼굴을 가졌다더니, 머리 모양 하나로 딴 사람이 돼버렸다. 특수분장 없이 면도칼로 깎아내 완성한 M자 탈모 머리는 장동건 얼굴에 붙은 ‘잘생김’을 떼어냈다.
장동건은 23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 웨스트19번가에서 ‘7년의 밤’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작보고회, 시사회에 이어 이 자리에서도 파격 변신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장동건은 머리 변신으로 감독과 합의(?)하기 전엔 여러 가지 제안을 받았다며 ‘살을 한 10킬로 찌우는 건 어떨까’라는 얘기에는 ‘그럴 거면 왜 굳이 나를’ ‘차라리 다른 배우가 하는 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속으로 했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대중은 ‘깜놀’이라면서도 재미있어하는 반응이다. ‘7년의 밤’이 개봉 전이지만 그의 변신은 배우 장동건보다 배역 오영제로 먼저 보게 해 일단 성공이다. 대중 반응 못지 않게 가까운 주변, 가족의 반응도 궁금했다.
“고소영씨는 많이 놀란 것 같았아요. 처음에는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익숙해졌는지 은근히 매력 있다고 말했어요. 어제(22일)도 포스터를 보면서 ‘음, 이것도 매력 있어’라고 말하더군요.”(웃음)
특히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고소영은 아내인 동시에 배우다. 동료로서 남편의 변신이 반가울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각각 아홉 살, 다섯 살이 된 아이들은 다르지 않을까. 예상대로 ‘잘생김’의 대명사 장동건 아빠는 딸에게 괴물이 됐다.
장동건은 알고 보면 변신, 도전에 꽤 적극적인 배우다. 1994년 드라마 ‘마지막 승부’로 스타덤에 오른 뒤 1997년 드라마 ‘의가형제’로 첫 악역을 맡았다. 주인공이 악역을 하지 않을 때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TV스타가 스크린에 자리잡기 힘든 시절이었다. 장동건은 2001년 개봉한 영화 ‘친구’로 대표작을 만났고(‘친구’를 하면서도 주인공이 사투리에 깡패 연기를 한다고 해 우려했다), 이후에는 저예산 영화(‘해안선’)에도 출연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왔다. 장동건이 20년 넘게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비결 중 하나다.
“변신을 위한 변신은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큰 변화를 선호하지 않지만 오영제로 변신하고 처음 거울을 봤을 때 제 얼굴인데도 ‘낯설다’는 느낌이 왠지 좋았어요. 관객들도 배우가 파격적인 무언가를 했을 때 재미를 느끼는 것 같고요.”
장동건은 파격 변신뿐 아니라 스스로도 ‘후외 없다’고 할 만큼 많은 열정을 쏟아냈다. 원작보다 영화에선 오영제의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를 많이 덜어냈지만 죽은 딸의 사체를 직접 본 후 격하게 감정을 표출하는 장면이나, 딸을 죽인 범인을 찾는데 집착하며 뚫어져라 응시하는 눈빛, 최현수와 격렬한 몸싸움 신 등에서 오영제의 광기를 섬뜩하게 표현해냈다. 최현수를 연기한 류승룡과 다투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귀가 찢어져 40바늘 꿰매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귀 부상을 훈장으로 여길 만큼 장동건은 이번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정유정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7년의 밤’은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최현수와 딸을 잃자 복수심에 사로잡힌 오영제의 지독한 악연을 그린 이야기로 오는 2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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