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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너무 쟁쟁했다. 첫 연장전이었던 삼천리 투게더 오픈에선 ‘대세’ 박성현(24)을, 메이저대회인 이수 KLPGA 챔피언십 연장전에선 첫 승 후 2승째를 노리며 승승장구하던 배선우(23·삼천리)를 만났다.
“좋은 경험을 했어.” 데뷔 시즌이 끝난 후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었다. 위로가 가득 담긴 얘기였지만 제아무리 긍정적인 성격의 김지영이라도 상처는 가슴 속에 깊이 새겨졌다.
김지영은 17일 이데일리와 전화 통화에서 “사람들이 위로를 해줘도 모든 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주변에서 연장전 이야기만 나오면 나보다 더 아쉬워했다”며 “평소 연습장 2층을 주로 사용했는데 역전패를 당한 후로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3층으로 몰래 옮겨가 연습하기도 했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나마 우상으로 생각하던 박성현에게 진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김지영은 “평소 (박)성현 언니를 존경했다. 많은 팬들 앞에서 부담스러울 텐데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퍼포먼스를 모두 보여준다. 내게 꼭 필요한 점”이라고 말했다.
김지영은 “(박)성현 언니와 (배)선우 언니도 연장전에서 아픈 기억이 있었다. 이겨냈고 우승을 만들어냈다”며 “언니들도 이겨냈는데 나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다잡았다. 많이 배우고 느낀 한 해였다”고 말했다.
김지영은 겨우내 특별한 변화를 주지 않을 예정이다. 스스로 “올해 80점을 주고 싶다”고 할 정도로 우승을 놓친 걸 제외하면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 부족한 20점은 정신력이다. 김지영은 “훈련은 작년에 했던 것을 그대로 유지하겠다. 부족한 부분은 정신력이다”며 “상금 상위 10명에 드는 선수들은 정신력이 남다르다. 올 시즌은 ‘강철 멘털’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