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골잡이 라울 곤잘레스(38·뉴욕 코스모스)가 1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언론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와 인터뷰에서 델 피에로를 이탈리아 최고의 축구 전설로 치켜세웠다.
그렇다. 델 피에로가 아주리 군단과 유벤투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을 때 이탈리아 축구는 살아 있었다. 특히 그는 세리에A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고 513경기에 출전해 208골을 넣었다.
스타가 없는 세리에A, 리그는 위기
하지만 언제까지 그 시절을 추억할 수만은 없다. 세리에A에서는 델 피에로의 뒤를 이을 만한 전설들이 그다지 많이 배출되지 못하고 있다. 안드레아 피를로(35·유벤투스)가 3년 연속 리그 ‘올해의 선수상’을 타며 그나마 계보를 잇고 있지만, 현 리그에 ‘전설’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네마냐 비디치(33·인터밀란), 페르난도 토레스(30·AC밀란) 등 몇몇 선수들은 이미 예전의 기량을 잃었다.
이탈리아의 축구 자체는 아직 죽지 않았다. 리그는 예전에 비해 죽어가고 있는 게 맞지만, 이탈리아 축구의 ‘혼(魂)’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판단이다. 이탈리아식 축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뿌리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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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와 레알 마드리드 축구에는 이탈리아식 축구가 어느 정도 배어 있다.
무리뉴의 첼시 축구는 ‘이탈리아發’
조세 무리뉴 감독은 첼시에 이탈리아식 축구를 심어 팀을 EPL 1위로 이끌고 있다. 그는 과거 이탈리아 축구를 평정한 인물이다. 세리에A 인터밀란 부임 첫해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고배를 마셨으나, 절치부심해 2년 차에는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코파이탈리아 우승을 거머쥐며 ‘트레블’을 달성했다. 세리에A 최초의 트레블이었다.
첼시는 스타 한두 명이 빠졌다고 약팀이 되지 않는다. 존 테리를 필두로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 아스필리쿠에타, 게리 케이힐 등이 중심이 된 첼시의 수비는 EPL은 물론 유럽 빅리그 통틀어 가장 견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클래스가 살아 있는 디디에 드록바, 물오른 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디에고 코스타는 첼시의 공격을 책임지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이들 두 명의 간판 공격수와 최강 수비진을 활용해 다양한 전술을 선보이며 상대를 무찌르고 있다. 탁월한 기용과 상대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전술로 첼시는 시즌 개막부터 지금까지 굳건히 1위(12승 3무 1패, 승점 39점)를 지키고 있다.
안첼로티, 레알에 ‘伊 축구의 혼’ 심다
안첼로티 감독은 AC밀란 시절 안드레아 피를로와 클라렌세 세도르프, 카카를 데리고 이 같은 전술을 구사했고, 레알에 와서도 이를 활용했다. 그는 수비 축구를 옹호하는 감독이다. 이탈리아 출신인 그는 이탈리아식 수비 축구에 정통하다. 빗장수비(카테나치오)를 적극 지지하는 그의 숱한 인터뷰들이 이 같은 사실을 방증한다. 레알하면 ‘BBC라인(가레스 베일, 카림 벤제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이 떠오르지만, 그에 못지않게 수비도 안정적이다.
세리에A 침체=伊 축구의 소멸?
그동안 인종차별 사건들과 승부조작과 같은 검은 돈거래, 스타들의 대거 유출 등으로 세리에A가 위기를 맞게 된 것은 사실이다. 경쟁력이 떨어진 세리에A 클럽들은 유럽 대항전에서 EPL과 프리메라리가 등 클럽들에 비해 처지는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 “이탈리아 축구가 정말로 죽었냐”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는 일이다. 이탈리아 리그는 쇠퇴하고 있지만, 이탈리아 축구는 유럽 빅 리그 곳곳에서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리그가 죽는다고 아주리 군단의 ‘혼’까지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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