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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8시45분부터 SBS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는 ‘SBS 가요대전-더 칼라 오브 K팝(THE COLOR OF K-POP)’ 무대가 펼쳐졌다. 4시간 30분이라는 마라톤 공연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낌없이 쏟아부은 특수 효과와 화려한 조명, 대형 스크린을 활용한 세트는 제값을 했다. 최상의 무대 환경은 가수들이 멋진 무대를 보여줄 수 있도록 도왔다. 앞서 28일 열린 ‘KBS 가요대축제’에서 일부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던 아이돌 그룹들은 이날 흔들리지 않는 가창력과 퍼포먼스로 화답했다. 감히 ‘아티스트’라는 칭호가 붙어도 부끄러움이 없었다.
1부의 문은 샤이니가 열었다. 샤이니는 팬들의 폭발적인 성원을 이끌어내 분위기를 단박에 끌어올렸다. 다음 바통은 올해 혜성처럼 떠오른 신예 에일리가 받았다. ‘헤븐’을 부른 그는 시원한 창법으로 객석을 휘어잡았다.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그의 열창에 음악 팬들은 몰입했다. B1A4는 ‘잘자요 굿나잇’을 불렀다. 가사를 잊는 실수가 있었으나 팬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무대 매너가 훌륭했다.
성시경은 현장의 들뜬 분위기를 잠시 가라앉혔다. 투애니원(2NE1) 멤버 씨엘과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재즈풍으로 재해석했다. 촉촉한 성시경의 목소리와 끈적한 씨엘의 조화가 제법 잘 어울렸다.
시크릿과 씨스타는 다시 공연장을 뜨겁게 달궜다. 남성 댄서들과 어우러진 이들의 무대는 단순히 섹시 퍼포먼스에 치우치지 않았다. 스토리가 있었다. 예술적으로도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팬들의 박수가 터졌다.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 멤버가 서로 섞인 무대도 꾸며졌다. 대한민국 록 메들리 배틀이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어떤 이의 꿈’, ‘일탈’ ‘나는 나비’, ‘아니 벌써’ ‘넌 내게 반했어’ 등이 울려 퍼졌다.
하이라이트는 가요대전 제작진이 예고한 프로젝트 그룹들의 스페셜 무대였다. SBS는 이번 가요대전에서 최고의 그룹 최고의 멤버가 뭉친 4가지 색깔의 팀을 만들었다. 이들은 단순히 기존 곡을 재해석하는 수준에서 그친 여느 가요제와 달리 신곡을 발표하는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했다. 4팀의 멤버는 10일간 대국민 투표를 실시해 철저하게 음악 팬의 눈높이에 맞춰져 뽑혔다. 3개월이란 적잖은 준비 기간에 히트메이커 용감한형제, 신사동호랭이, 김도훈, 스윗튠이 힘을 보탰다.
첫 번째 주자는 ‘미스틱 화이트’(카라 강지영·씨스타 보라·애프터스쿨 리지·시크릿 한선화·포미닛 가윤)였다. 인어공주 콘셉트로 나온 이들은 수족관 착시를 노린 스크린 영상을 뚫고 나와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했다. 음원이 26일 공개된 이후 첫 무대였다. 음악뿐 아니라 하얀 초미니 원피스 사이로 늘씬한 다리맵시도 뽐냈다. 의상과 액세서리 등 세세한 부분까지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드라마틱 블루’(비스트 양요섭·2AM 조권·엠블랙 지오·인피니트 우현·틴탑 니엘)는 1부 마지막을 장식했다. 각 팀의 메인 보컬이 모여 화제가 된 이 팀은 마치 원래 한 그룹 같았던 호흡으로 로맨틱한 무대를 꾸몄다. ‘눈물나게 아름다운’ 감미로운 화음이 관객들의 가슴을 적셨다.
‘다이나믹 블랙’(비스트 이기광·2AM 정진운·엠블랙 이준·인피니트 호야·틴탑 엘조)과 ‘대즐링 레드’(포미닛 현아·씨스타 효린·카라 니콜·시크릿 전효성·애프터스쿨 나나)는 2부에서 각각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미쓰에이는 은밀한 ‘터치’로 엠블랙을 이끌고, 에이핑크가 ‘허쉬’로 청순한 매력을 뽐내니 지나가 섹시한 퍼포먼스가 곁들여진 ‘아임 소 핫’으로 뜨거운 무대를 선물했다. ‘추격자’를 들고 나온 인피니트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라이브 밴드의 조화 속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훌륭한 무대를 꾸몄다. 춤을 추면서도 안정적인 가창력에 대한 MC들의 칭찬이 보태졌다.
유노윤호·은혁·동해·태민·민호 등 일명 ‘SM 더 퍼포먼스 7인조’는 파워풀하면서도 절제된 안무로 자신들의 ‘스펙트럼’을 과시했다. ‘최강 비주얼’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 압권이었다. 이들의 공연 내내 객석에서는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마치 잘 편집된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 완벽에 가깝게 계산된 카메라 워킹과 무대 세트 역시 빛을 발했다.
포미닛, 2AM, FT아일랜드, 보이프렌드, 애프터스쿨로 이어진 ‘가요대전’은 김완선과 구하라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김원준의 ‘모두 잠든 후에’로 올 한해 가요계에 불어닥친 복고 열풍을 조명했다. 손담비, B.A.P, 박진영도 특유의 개성 넘치는 무대로 저력을 발휘했다.
어느덧 자정을 넘긴 시간, 지루할 법도 한 시점에 현장의 팬과 시청자들은 잠을 이루기 쉽지 않았을 터다. 한류 선봉에 서 있는 동방신기, 빅뱅, 슈퍼주니어, 카라, 비스트가 총출동하는 무대가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무대 하나하나는 절정이 따로 없었다. 특히 빅뱅은 ‘판타스틱 베이비’와 ‘강남스타일’을 절묘하게 섞어 ‘환상적인 아이들’ 다운 무대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가수들의 노력이 빛을 발한 SBS 가요대전은 ‘국민 여동생’ 아이유와 ‘국민 첫사랑’ 수지, 배우 정겨운이 MC를 맡아 진행했다. 아이유는 초미니 원피스로, 수지는 가슴선이 드러나는 의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날 가요대전에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의 음원 수익은 SBS 희망TV를 통해 지역 내 저소득 가정 어린이를 위한 드림오케스트라에 기부하기로 해 그 의미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