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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 시즌3'(이하 '해피투게더')녹화가 있던 4월의 어느 토요일. 녹화장인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있는 W목욕탕을 찾았다. 이유는 두 가지. '해피투게더'가 곧 200회(7일 녹화)를 앞두고 있는데다 '사우나 토크'가 막을 내릴지도 몰라서다. KBS 예능국은 5월 봄 개편을 맞아 목욕탕 녹화 포맷 변화를 고려 중이다. 지난 2007년 8월 시작된 '사우나 토크'가 4년 가까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만약 변경이 확정된다면 오는 6월 200회 방송 후 '사우나 토크'는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4년간 수많은 연예인이 마음속 때를 밀고 간 '해피투게더'. 직접 가본 '해피투게더' 목욕탕은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지어진 지 20년도 넘었다." 인근 주민의 말처럼 목욕탕 건물 외관과 실내 구조는 허름했다. 시간이 정지된 흑백 사진 속 이발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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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의 목욕탕 수다는 2층 남탕에서 진행됐다. 녹화 장소는 탈의실. 연예인들의 대기실은 남탕 안에 마련됐다. 물론 탕 속 물은 모두 빼놓은 상태. 남탕 안에서 남자 연예인은 물론 여자 연예인들이 옷을 갈아입고 분장을 했다. MC인 유재석·박명수·박미선도 각자 탕 속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수다를 떨며 녹화 시작을 기다렸다.
탈의실이 공용이다 보니 웃지 못할 사고도 생겼다. 정희섭 '해피투게더' PD에 따르면 베베미뇽 해금이 한증막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개그맨 남희석이 모르고 들어가 한바탕 소동이 났다. "여자는 옷갈아 입을 때 코디 친구들이 문을 반드시 잡고 있어야 한다." MC 신봉선이 수년간 다진 노하우도 들려줬다.
화장실 사용으로 곤혹스러울 때도 있다. 스태프 포함 수십 명이 목욕탕에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딱 두 개다.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녹화 휴식 시간에 특히 목욕탕 화장실은 만원이 된다. 줄을 서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애교 수준'.
문제는 화장실 '수압'이다. 목욕탕 건물이 오래돼 변기 수압이 낮다 보니 볼일을 봐도 물이 시원찮게 내려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만약 '큰일'이라도 볼라치면 항상 뒷일을 걱정해야 한다. "화장실 수압이 낮아 일을 보고 나오지도 못하고 물 받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리고 나오기도 한다." 화장실 사용 후기를 들려주던 신봉선의 얼굴이 상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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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석 말 잘받아 줘"…'해피투게더' 녹화 주민들도 '눈요기'
불편한 점도 있지만 '해피투게더' MC들의 목욕탕 녹화에 대한 애착은 컸다. "'사우나 토크'는 게스트와의 물리적 거리가 없어 정말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뤄진다." '까칠남' 박명수가 진심을 담아 얘기했다. 그리고 "'해피투게더'는 아무래도 목욕탕에서 녹화를 해 출연진 사이 교감이 잘되고 편하게 옷을 갈아입고 친구·동료끼리 수다를 떠는 것처럼 진행되는 게 강점"이라고 했다. 다시 한번 불편한 점은 없냐고 묻자 "정말 하나도 없다"며 웃으며 말했다.
4년 가까이 한 곳에서 녹화를 진행하다 보니 주민도 '해피투게더 녹화 일정을 꿰고 있다. "유재석 삼촌 보면 '오늘도 나오셨어요'라고 인사한다." W목욕탕 앞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주민이 웃으며 말했다. 유재석이 친근하게 말을 잘 받아준다며 좋아하기도 했다. "'해피투게더'는 녹화가 있는 날이면 게스트에 따라 어린 친구들 혹은 아주머니들이 목욕탕 앞에서 기다린다. 그래서 이 좁은 골목이 잔칫집 분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