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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감독의 열 번째 연출작 `로맨틱 헤븐`(24일 개봉)은 착하면서도 나름의 울림이 있는 영화다.
천국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낸 민규(김수로), 암 투병중인 엄마를 위해 골수 기증자를 찾아 나서는 미미(김지원), 미미의 엄마를 살릴 수 있는 지명수배자를 쫓는 김형사(임원희), 평생 가슴에 묻어둔 할아버지의 첫사랑을 찾아 나서는 지욱(김동욱) 등 영화 속 다양한 인물들은 각자의 목표를 향해 고군분투하며 서로 얽히고 설키는 인연을 만들어 간다.
굵직한 줄거리에 집중하기보다 연극적인 연출의 토대 위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연기의 맛을 살리는 장 감독 특유의 내공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김동욱 심은경 등 나이 어린 배우들부터 이순재 이한위 김수로 등 중견 연기자들까지 배우들의 폭도 넓다.
장 감독 또한 "배우들 덕을 많이 봤다"라며 "사실 영화 속에 치열한 갈등이 있는 게 아니라 다소 산만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배우들이 잘 해준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한다. 특히 몸은 소녀지만 내면은 죽음을 앞둔 할머니로 분한 심은경에 대해서는 "그 나이에 그 정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배우는 없다고 단언할 정도로 보석같은 느낌의 배우"라며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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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나른한 듯 하면서 사람이 가장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장 감독은 "어떤 이들에겐 실제 본인들이 경험했던 이별이나 공감가는 얘기일 수 있을 것"이라며 영화의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한국전쟁의 소용돌이를 두 남녀의 사랑이 피어난 공간으로 설정한 부분은 "우리 민족이 저지른 가장 우매한 짓이자 가장 아픈 역사라고 생각하는 한국 전쟁을 돌아보면 늘 많이 안타깝다는 생각"이라며 "그 역사 안에서 낭만도 찾아보고 싶고, 왠지 껴안아 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 상상해 본 부분"이라고 들려주었다.
앞서 자신이 각본을 쓰고 제작한 `웰컴 투 동막골`에 이어 민족 화해의 메시지 등이 살짝 가미된 것은 "사실 대중 영화 안에서 정치적 노선이나 나만의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지만 나는 여전히 건강한 좌파"라며 웃음지었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신예 김지원을 여주인공으로 과감하게 기용한 것도 스스로는 굉장히 만족스럽다.
장 감독은 "기존의 무게감 있는 배우들을 만나다 차라리 신인 위주로 가자는 마음이 들어 미팅을 했는데 말하는 소리나 눈이 좋았다"라며 "내심 신인연기상 욕심도 날 정도" 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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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감독은 "예산을 확 줄인 20억원대로 영화를 마무리했는데 관객들에게는 더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해 좀 미안한 마음이 있다"라며 "그래도 배우들이 지분 참여를 하는 등 십시일반으로 도와줘서 무사히 끝마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연극 연출로 시작, 1999년 영화 `간첩 리철진`의 각본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영화에 뛰어든 지 이제 13년차. 열 번째 연출작을 내놓으면서 스스로에게 조금은 대견하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함께 해 온 선후배·동료 감독들이 점차 줄고 있는 상황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장 감독은 "90년대 후반부터 소위 천재 소리를 들었던 감독들이 기획 영화가 들어오면서 너무 빨리 사라진 것 같다"라며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갈려서 힘든 시기를 겪더라도 열심히 버티면 십 수년 할 수 있는 나같은 케이스가 일반적이 돼야 하는데…"라며 아쉬움을 전하기도 한다.
그래서 항상 그의 지론은 "중소 영화 제작사가 살아야 전체 한국 영화도 풍성해지고 대기업과도 윈윈할 수 있다"는 것.
마흔 고개를 넘어서면서 이제는 "찌질하게 관객 수 하나 하나에 집착하지 말고 그 시간에 좀더 고민한 작품을 내놓자는 생각"이라는 그는 내후년쯤엔 회사를 나와 `좋은 작가`가 되는 데 매진해 볼 생각이다.
올해 그는 7월께 촬영에 돌입하는 한중일 합작영화 `아시안 뷰티`에 이어 연말 연극 공연까지 빽빽한 스케줄이 이어져 있다.
바쁜 가운데서도 식지 않은 창작력을 고수하는 비결을 물어보니 "사람"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내 이야기의 아이템은 늘 사람과 내가 맞부딪치는 세상에서 얻었다. 아마도 사람을 계속 만나고 이 세상 속에 있는 한은 이야기는 계속되지 않을까" (사진=권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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