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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가장 눈길을 끈 선수(?)는 당연히 '회장님' 송진우(요미우리 자이언츠 연수)였다. 송진우는 일구회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현역시절 못지 않은 공을 뿌렸다.
직구 구속은 125~130km 정도였지만 1년간 운동을 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인상적인 수치였다. 특히 특유의 제구력이 완벽하게 살아 있었다. 타자의 몸쪽과 바깥쪽을 자로 잰 듯 넘나드는 배합은 천하무적 야구단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송진우가 경기 후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다시 마운드에 서도 될 것 같다"는 것이었다. 특히 볼을 받았던 포수 김동수(넥센 코치)는 "공이 정말 좋았다"며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흥미로운 것은 송진우의 반응이었다. 송진우는 자신의 호투 비결(?)을 천하무적 야구단에 돌렸다. 잠 자고 있던 승부욕을 자극해 줬다는 것이다. 그만큼 만만찮은 실력을 갖고 있었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오래지 않아 바뀌었다. 일방적 경기가 될거란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일구회가 밀리는 상황까지 놓였다.
김용희 전 감독(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송진우에게 다가오더니 "혹시 모르니 몸을 풀어두라"고 지시했다. 그때만 해도 농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나갈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계속 조성됐다.
송진우에게도 좀 더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회 무사 3루. 김인식 감독의 명령이 떨어졌다. "진우야, 너 나가야겠다."
글로만 보면 꽤나 괴로운 고백처럼 느껴질 터. 그러나 송진우의 목소리는 매우 밝았다. 한국 야구가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을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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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말을 좀 더 이어갔다. "공격은 어지간한 스피드는 모두 쳐낼 수 있는 배트 스피드를 보유하고 있더라. 변화구도 충분히 공략이 가능하다. 그동안 예능이 예능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만큼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는 의미다. 또 훈련할 수 있는 환경도 아쉬운대로 갖춰져 있었기에 가능한 일 아니곘나. 아마추어들이 이렇게 열실히 야구하고 야구를 사랑하니 그만큼 고무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타자 중에는 김성수와 마리오가 특히 눈에 띄었다고 했다. 스윙에 흔들림이 적고 정확한 가격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투수 중엔 마무리 김동회의 구위가 최고 점수를 받았다.
물론 아직 고쳐야 할 부분도 남아 있었다. 송진우는 "수비는 아직 좀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아주 큰 플라이나 어정쩡하게 맞은 플라이 볼 처리가 여전히 미숙했다. 치고 달리는 것 말고 그런 부분에도 보강 훈련을 한다면 정말 강한 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