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달라져야 해"
안선주는 지난 3개월여 동안 무려 10kg의 체중을 뺐다고 했다. 식사량을 4분의 1로 줄이고, 매일 자정까지 강한 체력훈련을 버틴 결과였다. 고기와 단 음식 등 살찔 만한 음식은 모두 좋아하던 그가 하루에도 수백번씩 "이거 하나만 먹으면 어떨까"하는 유혹을 참았다고 했다. 10kg을 빼고도 비거리가 전혀 줄지 않았다는 것은 그의 근력 훈련이 얼마나 가혹했는지를 보여준다.
"이제 완전히 달라지는 거야. 조금 잘하는 것 갖곤 안 돼. 정말, 정말 잘해야 해." 지난해 12월 11일, 국내에서 7승을 올린 정상급 골퍼 안선주(23)는 난생처음 '인생의 결심' 같은 것을 했다고 한다. JLPGA 자격시험에서 공동 2위로 2010년 풀 시드를 따내고 일주일 뒤였다. 안선주는 퍼팅이 잘못되면 "(캐디를 보는) 아빠가 퍼팅 라인을 잘못 읽었다"고 투정을 부리거나, 복잡한 일이 생겨도 태평스러워 보일 정도로 넘어가는 낙천적인 성격이었다. 이랬던 그가 '나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독한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실력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어"
지난해까지 안선주의 소속사였던 하이마트 관계자는 "안 프로가 조 편성을 보고 납득이 안 된다는 표정을 지을 때마다 괴로운 심정이었다"며 "안 프로는 그런 면에서 보이지 않는 손해가 너무 컸다"고 했다. 심한 경우는 경기에 앞서 열리는 프로암 대회에서 빼 달라는 요청까지 나와 소속사가 '선수 전원이 출전을 보이콧하겠다'고 맞선 적도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 안병길씨는 "어느 날 풀죽은 선주에게 '너는 실력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모질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실력에 걸맞지 않은 대접을 받아 온 본인의 심정도 편치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안선주가 일본에서 기분 좋은 새 출발을 했다. 해외진출은 안선주의 꿈이었다. 그 꿈을 이루자마자 안선주는 첫 번째 단추도 멋있게 끼웠다. 박수를 보내는 일본 팬들 속에서 안선주는 무척 행복해 보였다. "좀 서운하고 아쉽더라도 금세 잊는 성격이에요. 가능하면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늘 웃고 낙천적이던 안선주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