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가 집어 삼킨 AFC챔스 열기

굵직한 야구 이벤트에 AFC '발만 동동'
  • 등록 2009-11-07 오전 6:50:00

    수정 2009-11-07 오전 6:50:00

▲ 마쓰이 히데키의 월드시리즈 MVP 소식을 비중 있게 전한 일본 닛칸스포츠(사진_송지훈 기자)

[도쿄 = 이데일리 SPN 송지훈기자] '제3국 단판승부' 제도를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는 AFC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일본 축구팬들의 시큰둥한 반응으로 인해 기대 만큼의 열기를 뿜어내지 못하고 있다.

결승 진출팀인 포항스틸러스(감독 세르지오 파리아스)와 알 이티하드(감독 가브리엘 칼데론)의 공식 기자회견이 열린 도쿄국립경기장 주변은 중요한 국제대회를 앞둔 사실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잠잠했다. 포스터나 플래카드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렇다 할 대회 관련 시설물이 눈에 띄지 않았다. 공항, 기차역, 지하철 등 사람들이 많이 운집하는 장소에서도 AFC챔피언스리그 관련 홍보물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와 관련해 AFC의 한 관계자는 "제3국에서 결승전이 열리는 만큼 팬들의 수가 줄어드는 현상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AFC는 2만5,000명 정도의 관중을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축구연맹 주관 대회 중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AFC챔스가 이처럼 찬밥 신세로 전락한 건 일본 스포츠팬의 관심이 프로야구 쪽으로 쏠리는 것에 원인이 있다. 우선 '고질라'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미 프로야구 뉴욕양키스의 강타자 마쓰이 히데키가 월드시리즈 MVP를 거머쥐며 우승팀의 활약에 일조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7일 발간된 일본의 유력스포츠지 닛칸스포츠(사진)를 비롯한 지면매체들 또한 대부분 마쓰이의 사진을 1면에 게재하는 등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일본 국민 중 절반을 팬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인기 야구팀 요미우리자이언츠가 니혼햄파이터스와 재팬시리즈를 치르고 있는 점 또한 ACL의 관심도가 하락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승엽의 소속팀이기도 한 요미우리는 현재 3승2패로 앞서 우승트로피에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포항과 알 이티하드의 결승전이 열리는 시각에 삿포로에서는 요미우리와 니혼햄의 재팬시리즈 6차전이 진행되는 만큼, 시선이 분산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일본에서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 중인 한 취재진은 "AFC가 유럽축구연맹(UEFA )의 방식을 받아들여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제3국 개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현재로선 성공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며 "유럽과 견줘 축구 열기가 상대적으로 낮은 아시아에서는 홈&어웨이 경기를 통해 연고지역 팬들의 관심을 증대시키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클럽선수권의 정상을 가리는 AFC챔피언스리그는 '고질라' 마쓰이와 요미우리자이언츠의 협공을 뚫어내며 경기력 뿐만 아니라 흥미 면에서도 성공적인 대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결과는 7일 오후8시 도쿄국립경기장에서 밝혀진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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