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신일고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제64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아마추어 야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결승전까지 총 24경기 중 8경기가 1점 차 승부로 벌어지는 등 치열한 접전의 연속이었다. 프로야구 스카우트들은 "최근 몇 년간의 고교 대회 중 최고였다"고 입을 모았다.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이어지면서 '고교 야구의 중흥기가 다시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신일고와 북일고가 맞붙은 26일 결승전엔 5000여명의 관중이 몰려 고교 야구의 인기가 부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양교 응원단은 시끄러운 앰프나 확성기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절도 있는 응원으로 학생 야구의 재미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퇴근길에 야구장에 들렀다는 홍영재(38)씨는 "프로야구와 다른 풋풋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타자들의 방망이가 투수력을 압도하는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으로 더욱 흥미를 더했다. 두산 이복근 스카우트는 "올해 청룡기는 유독 타자들이 강해 화끈한 공격 야구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도입된 나무 배트에 선수들이 적응하면서 공격 야구에 불을 붙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홈런도 5개나 터져 고교 선수들의 화끈한 장타쇼도 볼 수 있었다. 2007년과 2008년 청룡기 두 대회에선 단 3개의 홈런이 나왔다.
그러나 고교 야구가 본격적인 인기 궤도에 오르려면 남은 숙제가 적지 않다. 이상현 대한야구협회 사무처장은 "고교 야구의 발전을 위해선 재정 지원 외에도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기 힘든 여건, 학부모들이 과도한 비용을 부담하는 현실 등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