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슐레'란 따로 독립적인 학교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선수들이 훈련장과 연계된 '인터낫(internat·기숙사)'에서 머무르며 인근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해 학업과 훈련을 병행할 수 있게 만든 시설이다. 아예 집을 떠나 '인터낫'에서 먹고 자는 '폴 자이트(Voll Zeit·풀 타임)'선수와 학업과 훈련을 마친 뒤 저녁 때 귀가하는 '타일 자이트(Teil Zeit·파트 타임)'선수로 나뉜다. 월 회비가 400~410유로(약 72만원) 정도지만 선수들이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관련 종목 협회나 클럽이 지원한다.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에센시의 헬름홀츠 엘리트슐레는 독일의 수영·조정·카누 청소년 대표급 선수 40여명이 '폴 자이트'선수다. 그들이 다니는 학교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헬름홀츠 김나지움. 숙소 바로 옆에 50m짜리 국제 규격의 수영장이 있고, 차로 20분 가면 카누 연습장이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이곳에는 숙박시설이 없었으나 에센시와 지역 연고 철강회사가 360만 유로(약 64억원)를 들여 건물을 2층에서 3층으로 증축하면서 잠잘 공간을 마련했다. 물리치료실, 피트니스룸이 구비된 현대적 시설에 각 층마다 빨래방과 휴게실, 공부방이 갖춰져 있다.
"기록 향상을 목표로 하는 스포츠 종목은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시켜야 합니다. 그러면 학교교육을 등한시할 수밖에 없어요. 엘리트슐레는 선수들에게 집중력 있는 훈련의 기회를 주면서 동시에 학업 성취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특히 훈련장이 집에서 먼 선수들에겐 '인터낫'이 꼭 필요합니다."
독일 내 16개 지방자치체에 분산된 엘리트슐레는 총 39개. 지역별로 강한 종목이 특성화돼 있다. 에센은 조정·카누·수영, 쾰른은 하키·복싱·유도 유망주 중심의 엘리트슐레가 있다. 알프스산맥과 가까운 독일 남부 지방에는 스키, 아이스하키 선수가 모여 숙식을 같이 하며 훈련한다. 독일 내 엘리트슐레에 다니고 있는 선수는 약 1만1300명. 이들 중 '폴 자이트' 선수는 1700명 정도다.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독일이 따낸 메달 중 82%가 엘리트슐레 출신 선수들로부터 나왔다. 시드니·아테네올림픽 국가대표 중 30%가 엘리트슐레 출신 선수들이다.
아헨 다이빙 대표훈련센터에서 18명의 청소년 대표 선수들을 관리하고 있는 한스 알트쿠파스 관장의 말은 의미 깊었다.
"다이빙 선수생활은 26~29세로 끝납니다. 여기서 생활하는 청소년 선수들은 군(軍) 팀에 가는 게 꿈이죠. 하지만 김나지움이나 레알슐레를 졸업하지 못하면 절대로 군 팀에 보내지 않아요. 군 팀은 운동에만 몰두하거든요. 학교 교육을 마치지 않으면 이후 인생이 불행해집니다. 독일에서도 다이빙만 하면 나중에 먹고 살 수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