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 영화 리뷰]'흑심모녀' 휴먼 코믹 미스터리가 뒤섞여 잔잔한 감동

  • 등록 2008-06-15 오전 8:53:46

    수정 2008-06-15 오전 8:55:13

▲ 영화 '흑심모녀'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데 영화가 반드시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일 필요는 없다.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아도 탄탄한 구성과 스토리, 배역에 적합한 캐스팅으로 관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영화도 많다.

12일 개봉된 ‘흑심모녀’(감독 조남호, 연출 이룸영화사)는 웅장한 배경, 박진감 넘치는 액션도 없고 관객들에게 포복절도할 웃음을 선사하지도 않는다. 톱스타로 꼽히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흑심모녀’는 영화를 보고난 뒤 극장을 나설 때는 잔잔한 미소를 띠게 하기에 무리가 없는 연기와 내용이 어우러져 있다.

‘흑심모녀’는 치매에 걸린 공주병 할머니 간난(김수미 분)과 과일을 실은 트럭을 몰고 다니며 억척스럽게 장사를 하는 남희(심혜진 분), 엄마가 어렵게 모은 돈을 들고나가 아나운서가 되겠다며 탕진해 버린 허영심 가득한 딸 나래(이다희 분)가 사는 집에 순수하지만 정체를 모르는 준(이상우 분)이 들어오면서 찾아오는 행복을 그린 영화다.

동네 아줌마들을 설레게 하는 ‘꽃돌이’ 외모에 그림을 좋아하고 마술도 할 줄 아는 준은 남희를 도와 장사를 하고 집 안팎을 자신의 그림으로 꾸미며 무미건조하던 가정에 웃음과 행복을 가져온다.

그렇다고 제목만 보고 모녀가 준에게 흑심을 가질 거라고 지레짐작하면 오산이다. 한 가정의 여자 셋의 흑심은 각각 다르니 말이다. 오히려 준은 세 여자가 각각의 흑심을 버리게 하는 데 일조한다.

장사를 할 때나 사고뭉치 딸에게는 억척스럽기만 하지만 준을 만나 심상치 않은 변화를 겪는 남희 역의 심혜진은 물론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비롯해 그동안 안방극장에서 단정한 이미지의 역할만 맡아왔던 이다희의 철부지 된장녀 변신, ‘조강지처클럽’의 ‘훈남’ 이상우의 사차원 연기는 묘한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적당히 막무가내이고 가끔 구수한(?) 욕설도 퍼붓는 김수미의 치매 할머니 연기, 집 마당에서 나란히 일광욕을 즐기는 손녀 나래와 할머니 간난의 모습 등은 웃음을 던진다.

그러다 준이 안좋은 사건에 연루되고 이 과정에서 과거가 드러나면서 영화는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는다. 작은 부분이지만 액션과 미스터리도 존재한다.

작은 시골마을이 배경이지만 그 안에 코믹과 휴먼, 액션과 미스터리를 담고 있는 흔치 않은 영화다.
▲ 영화 '흑심모녀'의 주연 이다희(사진 왼쪽)와 김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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