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이 싫어도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견디고 투쟁해 성공한 케이스가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트윈스와 정 반대편에 있는 뉴욕 양키스의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입니다.
캐시먼은 지난 2005년 시즌을 마친 후 '무소불위'의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와 싸워(?) 값진 전리품을 얻어냈습니다. 재계약의 최우선 조건으로 스카우트 등 구단 전 부서에 걸쳐 모든 보고가 스타인브레너가 아닌, 단장인 자신에게 제일 먼저 올라오도록 하는 구단 시스템의 개혁을 따낸 것입니다. 단장이란 이름에 걸맞게 구단 운영의 전권을 공식 위임받은 셈입니다.
그 결과 양키스는 올시즌 팜 시스템에서 올라온 루키들(자버 챔벌레인, 이안 케네디, 필 휴즈 등)과 3년차 왕치엔밍과 백업 요원들이었던 로빈슨 카노와 멜키 카브레라 등 신예들이 부상 당한 노장 선수들의 공백을 튼실이 메우며 전반기 43승43패의 부진에서 후반기 42승21패의 대약진을 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이는 캐시먼 단장이 명실상부한 단장으로 재계약하면서 내걸었던 3가지 목표(1.월드시리즈 우승, 2.팜 시스템 정비, 3. 연봉 절감) 중 두 가지 결실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또한 지금의 양키스 모습은 데릭 지터, 앤디 페티트, 호르헤 포사다, 마리아노 리베라 등 팜 시스템을 통해 키운 영건들로 기반을 다지고 옛 영광을 재현했던 90년대 초반 '르네상스 양키스'와 아주 흡사합니다.
인턴 사원으로 출발, 1998년 불과 30세에 양키스 단장이 돼 집사 노릇만 하다가 7년만에 '만인지상의 주지' 스타인브레너를 상대로 승부수를 띄웠던 그가 불혹을 앞둔 39세에, 그동안 수틀리는 것도 꾹 참고, 투쟁해 마침내 2/3를 채운 '열정의 잔'이기도 합니다. 이제 그의 잔은 27번째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면 다 채워집니다.
야구는 생전 해 보지도 않았고 다트머스와 하버드 법과대학원을 졸업한 변호사보다, 해병대 장교 출신임을 더 자랑스러워한 앨더슨은 1989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좀처럼 기회를 못 잡자 타격에 초점을 맞춰 팀을 바꾸는 작업에 들어갑니다.
해병대 신병훈련소처럼 '모든 타자는 선두 타자처럼 행동해야 하고 홈런을 칠 힘을 길러야 한다'는 수칙을 세워 놓고, 감독들을 향해서는 "팀의 4구 비율을 높이지 않으면 당신은 해고야"라고 윽박지르며 팜 시스템을 재정비해 나갔습니다. 4구가 투수가 아닌, 타자의 책임이고, 스몰 볼이 아닌 빅 볼을 주장하는 '머니 볼' 이론 그대로였습니다.
그러나 전혀 그의 말발이 먹히지 않는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스몰 볼'의 대부 토니 라루사 감독이 지휘하는 빅 리그였습니다. 또다시 신성불가침은 있을 수 없다는 해병대식 논리를 앞세운 그는 "도대체 어떤 조직이 그 운명을 중간관리자에게 맡긴다는 말인가"라며 라루사를 깎아내리면서 일전을 불사합니다.
하지만 둘의 갈등은 바로 해결됩니다. 부동산업자들인 새 공동 구단주들이 긴축 재정으로 선수 보강을 취소하자 라루사가 바로 세인트루이스로 떠나버린 것입니다.
절이 싫어서 중이 떠나는 이유엔 꼭 주지와의 마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열정과 소신으로 견디고 버티다 보면 앨더슨처럼 하늘이 도와주는 경우도 생기는 것입니다.
[ML 단장들의 투쟁 방식 3, 헛스윙 삼진을 당하더라도...]
절을 떠나느냐 마느냐는 당사자인 중, 그 자신의 선택입니다. 또한 그 선택에 우열은 있을 수 없습니다. 번민에 번민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의 얼굴을 정면에서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문제는 떠날 수 밖에 없다는 염증에 결코 주눅 들거나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정면으로 대거리 해 보겠다는 자세일 듯싶습니다. 곧 염증과 한복판에서 만나 싸우는 것입니다. 비단 야구 뿐만 아니라 어쩌면 삶과, 심지어 일 조차에서도 무료하고, 염증 투성이일 때가 흔하디 흔한 탓입니다.
염증에 헛 스윙을 하더라도, 그래서 끝내 삼진 아웃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싸워 보는 게 어떨까요? 염증도 제3 스트라이크를 폭투로 던져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이 나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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