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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안중근 의사(현빈 분)가 독립 투쟁 동지들과 함께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노리는 약 일주일의 과정과 고뇌를 그린다.
‘하얼빈’은 우민호 감독이 전작 ‘남산의 부장들’ 이후 약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우 감독은 ‘내부자들’부터 ‘남산의 부장들’까지 주로 악인들의 일그러진 욕망과 선택을 통해 현실의 문제의식을 제기하며 경종을 울리는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앞서 우민호 감독은 1979년 10월 26일 대통령 암살 사건 실화를 소재로 한 ‘남산의 부장들’로 시대극을 경험했다. 이후 시대극을 다시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우민호 감독은 ‘하얼빈’으로 시대극에 한 번 더 도전했다. 악인들의 역사가 아닌, 위인들의 역사다.
역사 속 실존 영웅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의 경우, 드라마와 영화를 불문 감독들에게 쉽지 않은 도전으로 여겨진다. 더욱 까다로운 고증을 향한 잣대, ‘아무리 잘해도 본전’이란 인식 등 부담이 적지 않아서다. 우 감독은 그럼에도 ‘하얼빈’을 연출하게 된 계기를 묻자 수년 전 우연한 계기로 안중근 의사의 자서전을 접하게 된 일화를 털어놨다. 그는 “자서전을 우연히 읽게 됐는데 몰랐던 지점들이 꽤 있었다. 의거 당시 그의 나이가 30대로 너무나 젊어서 처음 놀랐고, 그간 이분을 영웅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사실 동료들의 지탄도 많이 받은 패장(敗將)이었더라. 그럼에도 이분이 어떻게 그런 거사를 성공할 수 있었을까 호기심을 많이 느꼈고 그분이 실제 남기신 말씀들도 개인적으로 자신에게 굉장히 와닿았다”라고 떠올렸다.
하지만 자신이 처음 제작사인 하이브미디어코프로부터 대본을 받았을 때와 지금 완성된 영화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고도 털어놨다. 우민호 감독은 “하이브미디어코프의 김원국 대표님이 ‘하얼빈’의 초고를 갖고 계셨다. 처음 이 영화를 제안 주셨을 땐 못한다며 거절을 했었다. 워낙 영웅이신데다 내가 연출한 전작엔 안 좋은 사람들이 많이 나왔잖나. 그런 면에서 잘 연출할 용기가 없었다”면서도, “연출을 결심한 후 다시 전화를 걸었다. 혹시 감독 정해졌냐 물어보니 안 정해졌다고 하더라. 대본을 좀 읽어볼 수 있겠냐 부탁해 읽어봤을 땐 깜짝 놀랐다. 처음 대본은 순수 오락영화 장르였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가공의 인물이나 가상의 사건들을 갖고 오락영화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처음 대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위인 안중근 장군과는 좀 다른 결의 오락영화였다. 도전하고는 싶었지만 이렇게는 진행하지 못하겠다 싶더라. 자신은 이 영화를 묵직하게 그리고 싶었고 그 생각에 동의를 한다면 참여하겠다고 했다. 다행히 동의가 이뤄져 시작된 프로젝트”라고 연출 과정의 비하인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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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개봉에 임하는 남다른 의미도 털어놨다. 그는 “이 영화를 찍으며 스태프들과 이런 이야길 했다. ‘이 영화는 잘 찍어도 못 찍어도 TV에서 삼일절, 광복절마다 계속 틀어줄 것’이라고. 그래서 우리 정말 잘 찍어야겠다고 다짐했다”라며 “못 찍는 건 감독으로서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다. 이 작품만큼은 정말 잘 만든 영화로 남겨지길 바랐다”고 고백했다.
이어 “안중근 장군님이 이 영하를 보시진 못하겠지만, 그분의 얼굴에 누가 되지 않길 바란다”며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신 독립군들에게 누가 되질 않길 바라며 이 시대를 하는 우리 대중에는 힘과 위로가 되는 영화가 되길 빈다”는 소망을 덧붙였다.
한편 ‘하얼빈’은 지난 24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