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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훈(33)이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WM 피닉스오픈(총상금 880만 달러) 사흘째 경기를 끝낸 뒤 소셜미디어(SNS)에 남긴 말이다. 그는 “수년 동안 피닉스오픈에서 경기했고 오늘 전까지는 재밌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느낀 건 안병훈뿐만이 아니었던 듯하다. 잭 존슨, 빌리 호셜, 조던 스피스가 제멋대로인 피닉스오픈 갤러리들에 불쾌함을 감추지 않는 모습이 포착됐다.
피닉스오픈 관전은 골프팬에게 있어 버킷리스트를 달성하는 일과 같다. 피닉스오픈은 정숙하게 경기를 관람해야 하는 다른 대회와는 달리 고성방가가 허용돼 ‘골프 해방구’로 불린다. 출전 선수들도 일 년에 단 한 번 있는 현상이라는 걸 알기에 모두 이런 분위기를 즐겨왔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피닉스오픈이 ‘사고뭉치’ 대회로 전락했다.
1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TPC(파71)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 전 라이더컵 미국팀 단장인 존슨은 티샷을 한 뒤 갤러리들이 모여 있는 쪽으로 걸어가 “누군가가 말했다. 하지 말라. (이런 행동에) 이제 질렸다”며 “그냥 입 다물어요”라고 경고한 뒤 페어웨이를 걸어갔다. 존슨이 샷을 하려는 순간 갤러리들이 소음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호셜 역시 동반 플레이어 니콜로 갈레티가 백스윙을 할 때 크게 이야기한 갤러리를 향해 화를 냈다. 그는 “이봐, 샷을 하는 동안에는 입을 다물고 있어”라고 강하게 말했다. 호셜은 전날 3라운드에서는 이 대회의 ‘명물’ 16번홀(파3)에서 갤러리 스탠드를 향해 축구공을 던져줄 만큼 팬 서비스가 좋았지만, 이날은 갤러리들의 과한 행동을 참지 못했다.
2라운드에서는 2만명 넘게 수용할 수 있는 16번홀 관람석에서 갤러리가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관중은 병원으로 옮겨졌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직위는 코스 내 주류 판매도 제한했다. 그러자 갤러리들은 ‘맥주를 달라’고 떼를 지어 고함을 지르는가 하면 벙커에 뛰어드는 관객까지 나타났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피닉스오픈은 PGA 투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회 중 하나다. 다만 이런 무질서한 광경이 계속될 때 갤러리의 자제를 요구하는 선수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닉 테일러(캐나다)는 연장 접전 끝에 찰리 호프먼(미국)을 제치고 ‘골프 해방구’를 접수했다. 테일러는 4라운드에서 버디만 6개를 잡아 최종 합계 21언더파 263타를 기록, 호프먼과 동타를 이루고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그는 18번홀(파4)에서 치러진 연장 두 번째 홀에서 3.5m 버디 퍼트에 성공해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해 6월 RBC 캐나다오픈 이후 8개월 만에 우승 기쁨을 누렸고, 개인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58만4000 달러(약 21억원)다.
한국 선수 중에선 김시우가 가장 높은 공동 12위(12언더파 272타)에 올랐다. 김주형은 공동 17위(10언더파 274타), 김성현은 공동 28위(8언더파 276타)를 기록했다. 안병훈과 임성재는 나란히 공동 66위(1언더파 283타)로 대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