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은 최근 영화 ‘거미집’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7일 개봉한 영화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 분)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영화다. ‘장화, 홍련’,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 ‘달콤한 인생’ 등을 만든 김지운 감독이 약 5년 만에 내놓는 스크린 작품이다.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1947 보스톤’과 함께 올 추석 연휴 한국 영화 3파전에 뛰어들었다. 앞서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평단과 매체들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앞서 송강호는 ‘거미집’의 매체인터뷰에서 오랜 시간이 흘러도 김지운 감독과의 작업은 늘 설렌다고 밝힌 바 있다. ‘거미집’을 찍으며 김지운 감독과의 첫 영화 ‘조용한 가족’의 촬영 현장을 떠올리기도 했다고. 김지운 감독은 송강호와의 작업에 대해 “저 역시 찍으며 ‘조용한 가족’ 생각이 많이 났다”며 “다시 송강호 이야기를 하자면, 최근 이런 밈들이 되게 유행했었다. 송강호의 작품 속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짤인데, 박찬욱은 송강호의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봉준호가 송강호의 찌질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김지운 감독은 자기가 재미있으려고 그런 얼굴을 보여주려 한다더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 말이 반은 맞다”며 “다른 사람이 웃지 않아도 내가 웃긴 지점이 있지 않나. 나는 이게 웃기고 좋은데 다른 사람들도 그런 지점을 좋아해줄까 고민되는 지점들을 송강호가 해낸다. 그런 독창적인 지점들이 있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송강호와 김지운 감독의 협업은 ‘조용한 가족’을 시작으로 ‘반칙왕’, ‘놈놈놈’, ‘밀정’에 이어 이번이 약 다섯 번째다. 햇수로 약 25년에 걸친 긴 인연이다. 송강호는 ‘거미집’에서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바꿔 걸작을 만들고 싶은 욕망에 휩싸인 김열 감독을 연기했다. 송강호는 천재라 불리던 스승 신감독과 늘 비교를 겪어 뿌리깊게 자라온 김감독의 열등감과, 걸작을 만들어 세간의 무시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주변 상황이 어떻든 바라던 영화의 결말을 찍어나가야만 하는 그의 광기 등을 입체적으로 표현해냈다.
송강호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될 수 있던 비결이 어떤 역할도 인간적으로 그려내는 그의 역량에서 비롯된다고도 강조했다. 김지운 감독은 “건달을 연기해도, 스파이를 해도 늘 강력한 힘이 있다”며 “그렇게 인간적이고 낯설지 않은 친숙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가 순간적으로 서늘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다. 그런 면에서 송강호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생각한다. 차가운 연기를 하는데 뜨거움이 느껴진다”고도 부연했다.
김지운 감독 본인에게 따라붙는 ‘미장센의 대가’란 수식어에 대한 솔직한 소신도 전했다. 김지운 감독은 “저에게 미장센을 평상시 많이 활용하고 그걸 돋보이게 하는 감독이란 이야기들을 하시는데, 사실 내게 가장 결정적으로 아름다운 미장센은 배우의 표정과 얼굴”이라는 철학을 밝혔다.
언젠가 자신이 세상을 떠난다면 ‘배우의 얼굴을 가장 아름답게 쓰는 감독’이란 평가를 받고 싶다는 소망도 전했다. 김지운 감독은 “결국 나는 사람들의 표정을 담기 위해 영화를 하는 것이었구나, 이런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다”며 “배우의 표정이야말로 그 영화의 풍경이자 가장 아름답고 진실한 미장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거미집’은 지난 27일 개봉해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