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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기도 용인시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2회 KG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8억원)에서 10년 무관의 한을 푼 서연정(28)의 우승을 지켜본 김해림(34)은 조심스레 이루고 싶은 목표를 밝혔다.
KG 레이디스 오픈에서 259전 260기 우승에 성공한 서연정은 우승 뒤 선배 김해림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서연정은 “10년 동안 골프 선수로 생활하면서 권태기가 오기도 했다”며 “그때마다 성실한 (김)해림 언니가 많이 이끌어줘서 골프를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우승의 또 다른 원동력을 꼽았다.
서연정이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동안 김해림은 골프장을 떠나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시상식을 끝낸 뒤 서둘러 집으로 향하지만, 이날만큼은 서연정이 모든 일정을 끝내고 오기를 기다렸다.
김해림과 서연정이 가까워지게 된 계기는 같은 골프장에서 연습하면서부터다. 해솔리아 골프아카데미에서 훈련하며 기숙사 생활을 하다 서연정의 제안으로 집을 얻어 함께 생활하게 됐다. 그 뒤 둘도 없는 사이가 됐고, 후배 서연정에게 선배 김해림은 든든한 정신적 지주이자 멘토가 됐다.
김해림은 후배가 프로로 데뷔한 지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자 진심으로 축하했다. 우승이 확정된 뒤에는 가장 먼저 달려가 물을 뿌리며 축하했고 서연정을 향해 엄지를 세웠다.
김해림은 긴 시간 동안 우승이 없는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안다. 2009년 데뷔한 그는 8년 만인 2016년에 처음 우승했다. 그 사이 몇 번이나 2부 투어로 강등되는 설움도 겪었다.
잘나가던 김해림도 세월의 무게 앞에선 조금씩 힘을 잃었다. 2021년 7월 맥콜 모나파크 오픈에서 7번째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김해림은 그 뒤 2년 넘게 우승 소식이 끊겼다.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가 되면서 10대 후반, 20대 초반 선수들과의 경쟁도 버거워지고 있다. 투어에선 최고참급인 데다 이미 동기 중 상당수는 필드를 떠났다.
함께 생활하는 후배 서연정의 우승을 지켜본 김해림은 클럽하우스에 남아 기다리다 “요즘 어린 선수들이 너무 잘 친다”며 “게다가 코스는 왜 이렇게 길어지는지…”라고 점점 더 투어에서 활동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서연정의 우승으로 다시금 각오를 다잡은 그는 “올해 성적으로는 시드를 유지하는 것도 만만하지 않지만, 저도 10승이라는 목표를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포기하지 않고 10년 만에 우승을 일군 서연정이 김해림의 열정을 다시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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