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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국제공항에서 1시간 20분 가량만 날아가면 후쿠오카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일본에서도 온천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히는 후쿠오카답게 골프 라운드 후 온천은 필수 코스다. 이번 여름 시원한 곳에서 더 저렴하게 골프를 즐기고 싶은 골퍼에게 추천한다.
△ 한여름 최고 기온 30도…드넓은 링크스 코스의 매력
일본 구마모토현의 아소 국립공원 안에 자리잡은 쿠주코겐 컨트리클럽은 해발 800m의 고지대에 위치했다. 덕분에 한여름에도 아침 기온은 24도, 최고 기온이 30도에 불과할 정도로 시원하다. 규슈 지역 내에서도 여름에 많은 골퍼가 방문하는 가장 인기 많은 골프장 중 하나다. 18홀, 7180야드이며 페어웨이가 매우 넓고 높은 나무가 거의 없는 링크스 코스 형태다. 연못, 호수 같은 패널티 구역, OB, 벙커도 거의 없어 온전한 내 샷을 즐기기 적격이다. 그린은 매우 크고 정비도 잘돼 있어 사계절 모두 스피드가 빠른 편이다.
일본은 대부분의 골프장이 ‘셀프 라운드’로 이뤄진다. 캐디가 있긴 하지만 수가 극히 적어 우리나라 골프장처럼 모든 조에 캐디가 배정되지는 않는다. 원하면 캐디를 동행할 수 있지만 한국 같은 서비스를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게 골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단 골프장에 도착하면 골프장 직원들이 차에서 골프백과 보스턴백을 내려준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원목 자재의 오래된 클럽하우스가 골퍼들을 반긴다. 한국 같은 신축 클럽하우스는 아니지만, 산장 혹은 오두막 같은 색다르고 포근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일본 골프장의 주중 그린피는 우리 돈으로 12만원, 주말 그린피는 18만원 정도다(카트비 포함). 셀프 라운드가 주를 이뤄 캐디피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대신 라커룸 비용은 따로 결제해야 한다. 미리 환복을 한 채 골프장에 도착하는 게 좋고, 보스턴 백은 카트에 싣는 것을 추천한다. 프런트에 백, 귀중품 등을 맡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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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카트를 몰아 1번홀 출발. 1번홀 티 샷 후에는 카트로 페어웨이 안까지 진입해 셀프 라운드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카트 안에 비치된 스코어 입력기에 GPS가 탑재돼 있어 홀 별로 전반적인 거리를 알려주지만, 정확성을 위해 거리 측정기를 챙기는 게 좋다. 셀프로 카트를 운전할 때는 페어웨이에 안내된 카트길을 따르고 카트 정지 표시 선에 무조건 정차해야 한다. 또 카트에 있는 화면을 보고 앞 카트가 300야드 이상 멀어졌을 때 플레이해야 사고를 대비할 수 있다. 공이 다른 홀로 넘어가면 ‘포어!’를 외쳐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반드시 상황을 알려야 한다.
기자가 라운드 한 4월 말은 아침 기온이 7도까지 떨어졌고 바람이 강해 링크스 코스의 진면목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인코스 곳곳에 빨간 오두막집이 세워져 있어, ‘골프의 성지’ 스코틀랜드 같은 느낌마저 들게 했다. 티잉 에어리어에 올라서면 웅장한 아소 산맥과 광활한 들판이 한 눈에 담기 힘들 정도로 너르게 퍼져 있다.
경치에 감탄하다 보면 어느새 9홀이 끝난다. 일본 골프 문화는 아침을 간단하게 먹은 뒤 9홀을 마치고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클럽하우스에는 나가사키 짬뽕, 우동 등 국물류부터 돈카츠·소고기 덮밥 등 다양한 중식 메뉴가 있다. 한국인들을 위해 김치까지 무료로 제공해주는데 한국 식당에서 먹는 김치 맛을 그대로 재연했다. 40분 정도 넉넉하게 식사 시간이 주어진다. 레스토랑에 들어갈 때는 모자를 꼭 벗어야 하며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는 게 매너다.
후반 9홀을 마친 뒤에는 차로 5분 거리의 숙소인 쿠주코겐 코티지로 향한다. 시원한 여름 골프를 즐긴 뒤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굳이 골프장에서 샤워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가까운 거리에서 온천까지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 골프장의 또다른 메리트다. 밤 노천 온천의 분위기는 더 좋다. 따뜻한 물 속에서 시원한 공기를 맞으며 조용히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면 나만의 ‘힐링 공간’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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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프장은 원래는 한국인 오너가 운영했지만 현재는 일본 골프 기업 중 대기업으로 꼽히는 PGM 그룹에서 경영 및 관리하고 있다. 총괄 매니저가 한국인이어서, 방문하는 한국 골퍼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골프장 내에 드라이빙 레인지와 벙커, 연습 그린이 있어 티 오프 전에 미리 연습을 하는 걸 추천한다. 옛날 골프 연습장처럼 코인을 구매하고 기계에 코인을 넣으면 30개 골프공을 바구니에 담아갈 수 있다.
기자가 라운드 한 날은 또 비가 왔던 날. 날씨 상태에 따라 카트가 페어웨이에 진입하는 게 불가능한 날이 있는데, 이날은 18개 홀 중 네 개 홀에는 카트가 페어웨이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럴 때는 카트 도로의 지정된 라인에 카트를 세워놓고 플레이하면 된다.
골프장 측은 ‘우중 골프’를 하는 우리를 배려해 여러 장의 수건과 우산, 또 핫팩을 카트에 비치해 놨다. 비가 올 때는 무엇보다 클럽 그립과 손을 계속 닦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립이 젖은 채로 스윙하면 미스 샷이 나올 확률이 크다. 투어 선수들은 비가 올 때 빳빳한 페이퍼 타월로 손, 그립을 닦는 것이 수건보다 더 도움이 많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페이퍼 타월이 물을 훨씬 잘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비닐봉지에 페이퍼 타월을 넣은 뒤 봉지를 묶고, 끝부분을 뜯어서 한 장씩 뽑아 쓰면 ‘슬기로운 우중 골프’를 할 수 있다. 스타트 하우스에 건조기가 마련돼 있어 9홀 후 장갑, 비옷 등을 건조기에 넣고 말릴 수도 있다.
비가 오면 신경 써야 할 게 많은 만큼 집중력이 떨어지고 서두르기 마련이다. 캐디가 없는 셀프 라운드의 경우는 더 그렇다. 플레이어가 한 번에 두, 세 개의 클럽을 들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퍼팅을 한 뒤 그린에 다른 클럽을 놔두고 다음 홀로 이동하는 경우도 몇 차례나 나왔다. 그럴 때는 뒷 팀에서 클럽을 찾아다 주기도 했다. 먼저 그린에 공을 올릴 경우, 카트를 몰고 그린 근처에 도착해 동반자들의 퍼터까지 네 개를 모두 챙겨오는 센스를 발휘하면 플레이 시간을 더 절약할 수 있다.
라운드를 마친 뒤 스타트 하우스로 가면 골프장 직원들이 젖은 클럽을 닦아주는 등 간단하게 채를 정리해준다. 클럽 확인과 카트 정리가 끝나고 클럽하우스로 차를 가지고 온 뒤, 클럽하우스 입구에 놓인 캐디백을 셀프로 실으면 이날 라운드가 모두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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