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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은 5일 싱가포르의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 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8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이 대회 이후 1년 만에 LPGA 투어 우승. 우승 상금으로 27만 달러(약 3억5000만원)를 챙겼다. 이로써 고진영은 투어 통산 14승째를 올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손목 부상으로 부진을 겪은 고진영은 지난주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공동 6위를 기록하며 7개월 만에 LPGA 투어 톱10에 복귀했고, 이번 대회에서 우승까지 차지해 ‘여왕의 부활’을 알렸다.
살아난 송곳 아이언 샷…나흘 그린 적중률 88.89%
고진영은 지난해 긴 부진에 빠졌다. 손목 부상 때문이었다. 한창 시즌 중이었던 8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두 달이나 휴식을 취할 정도로 손목 상태가 좋지 않았다. 통증이 심해진 시즌 중·후반 6개 대회에서 컷을 통과한 건 단 두 번. 3차례나 컷 탈락을 당했고 기권도 한 번 했다. 컷 통과한 대회에서는 공동 33위, 공동 71위를 기록하는 등 부진의 늪에 빠졌다. 통산 152주간 지켜온 세계 랭킹 1위 자리도 내려왔다. 현재는 5위를 기록하고 있다.
고진영의 부활은 컴퓨터 아이언 샷이 되살아나면서다. 이번 대회에서 고진영은 나흘 동안 그린 적중률 88.89%(64/72)를 기록했고, 특히 2~4라운드 54번의 아이언 샷 중 그린을 놓친 건 단 네 차례뿐이었다. 2, 3라운드에서 무려 14언더파를 몰아친 고진영은 최종 라운드에서도 흐름을 이어갔다.
마지막 홀에서 넬리 코다(미국)가 버디를 잡으며 2타차로 추격했지만 고진영은 침착하게 파를 지켜 내며 우승을 확정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고진영은 지난해 6월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의 전인지(29) 이후 LPGA 투어 19번째 대회 만에 한국 선수 우승 기록을 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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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원동력은 연습이었다. 지난해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낸 고진영은 쉴 틈 없이 바로 올 시즌을 위한 연습에 돌입했다. 스윙 시 손목 움직임이 많았던 탓에 통증이 더 심해졌고 샷 정확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판단에 겨우내 이 부분을 잡는 데 주력했다.
부진을 씻기 위한 고진영의 노력은 대단했다. 한 달 동안의 베트남 전지훈련에서 연습에 몰두했다.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웜업 운동을 한 뒤 오전 6시 30분부터 18홀 라운드를 돌았다. 11시 30분에 라운드를 마치면 점심을 먹고 오후까지 부족한 쇼트 게임과 롱 게임 연습에 매진했다. 올 시즌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고, 혼다 LPGA 타일랜드가 열리기 일주일 전에 태국에 들어가 현지 적응과 실전 같은 긴장감을 높이는 데에도 집중했다.
이시우 코치는 “최근 두 개 대회를 지켜본 결과 연습한 만큼의 성과가 잘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아직 시즌 초반이라 100%의 모습은 아니다. 그렇지만 올해는 원래의 고진영다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침내 기다리던 우승을 차지한 고진영은 “타이틀 방어를 하고 싶어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2년 연속 우승할 수 있어 정말 영광”이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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