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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걸그룹 라임라잇(LIMELIGHT)이 지난달 27일 진행한 데뷔 기념 언론 쇼케이스에서 팀의 활동 방향성에 관해 언급하며 꺼낸 말이다. 쇼케이스 당시 이들은 “거창한 세계관이 없어도 좋은 팀이 될 수 있다는 것 보여주고 싶다”면서 “세계관 대신 저희의 목소리로 행복과 위로를 드릴 것”이라고 밝혀 취재진의 이목을 끌었다.
멤버들뿐 아니라 팀을 만든 프로듀서의 생각도 같다. 라임라잇 소속사 143엔터테인먼트의 DM(디지털마스터) 대표 프로듀서는 4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음악으로 사랑받는 팀을 만들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세계관을 만들지 않고 본질인 음악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가요계에는 라임라잇의 경우처럼 팀 세계관을 짜놓지 않은 채 데뷔 활동을 시작하는 그룹들이 잇따르는 분위기라 주목된다.
이 가운데 세계관이 팬 유입을 막는 진입 장벽이자 팀의 음악 색깔 및 활동 방향성을 한정 짓는 등 역효과를 낳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타 그룹과 다른 세계관을 구축하려다 보니 정작 주체인 멤버들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난해한 세계관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팬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면서 후속 콘텐츠가 나오지 않는 세계관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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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신인 걸그룹인 첫사랑(CSR)은 ‘쉬운 세계관’을 내세워 데뷔했다. 2005년생 17세 동갑내기 7명인 팀의 독특한 팀 구성 자체를 세계관으로 잡은 것이다. 이들은 소녀들의 첫사랑 감정과 성장 이야기를 다룬 곡들로 폭넓은 팬층을 쌓아가는 중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은 철저하게 팬 중심 문화인데 세계관이 유행하면서 팬들의 취향이나 관심사가 아닌 기획자의 의도와 시선이 중심이 된 콘텐츠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호응을 얻지 못하는 세계관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김 평론가는 “음악과 콘셉트의 매력을 알리며 팬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언인지를 파악하는 일이 세계관에 힘을 쏟아붓는 일보다 우선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