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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손흥민 보는 낙에 산다는 30대 축구팬 김 모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석 달 전까지 추가 지불 없이 볼 수 있었던 손흥민 경기를 이젠 월 1만원 정도 내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중계권을 따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지불해 놓고 그 부담을 시청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일종의 갑질이자 횡포라고 생각해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중계권을 가진 스포티비는 지난 3일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 경기를 프리미엄 스포츠 TV 채널인 ‘스포티비 온(SPOTV ON)’과 스포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스포티비 나우(SPOTV NOW)’에서 시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포티비온은 케이블TV 또는 IPTV 유료 가입자가 월 1만원 안팎을 추가로 내야 시청할 수 있는 채널이다. OTT 스포티비나우는 월 구독료가 최대 1만4000원에 이른다. 이미 돈을 내고 TV를 보는 시청자들도 추가로 돈을 더 내야 손흥민 경기를 볼 수 있다.
스포티비 측은 “광고 수익, 수신료 등 기존 수익은 한정적인데 반해, 프리미어리그 국내 중계권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이라며 “유료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 콘텐츠가 유료 채널과 구독료 기반 OTT의 중요한 수익원이 된 지 이미 오래전이다. 스포츠 콘텐츠를 전문으로 하는 스포티비 외에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등 대형 OTT들도 막대한 돈을 들여 앞다퉈 중계권을 쓸어담고 있다.
열정적인 스포츠 팬들은 유료화를 대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보수집에 능한 시청자들은 손흥민 경기 유료화를 계기로 다양한 대안을 찾고 있다. ‘구독 공유’ 등을 통해 저렴하게 손흥민 경기를 시청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온라인에 익숙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고령층을 중심으로 인터넷이나 유료결제가 낯선 이들이 많다. 아울러 월 1만원 수준의 유료결제는 누군가에겐 분명 부담스러운 금액일 수 있다.
손흥민이 대한민국 사회에 끼친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그 정도로 국민적 영웅인 손흥민이 방송사 돈벌이의 중심이 된다는 것은 씁쓸한 일이다.
최근 OTT의 콘텐츠 독점으로 인해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보편적 시청권의 핵심은 정보 및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시청자들이 허탈감과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국가대표 경기도 아니고 EPL 경기에 보편적 시청권이 언급되는 것이 무리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콘텐츠를 국민들이 수월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