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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골프의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로 열린 제150회 디오픈(총상금 1400만달러)에선 링크스 코스라는 특성과 키보다 높은 항아리 벙커가 많아 진기명기에 가까운 이색적인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13일(한국시간)부터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에서 열린 마지막 공식 연습일. 김주형(21)으로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함께 7번과 11번홀 그린 앞에 있는 큰 항아리 벙커에 공을 던져 놓고는 퍼터로 그린 쪽이 아닌 페어웨이 방향으로 공을 굴리는 연습을 했다. 벙커 턱이 높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한 연습이다. 김주형이 벙커 턱 앞에 있는 공을 퍼터로 굴려 벙커 가운데로 빼내자 이를 지켜보던 셰플러가 “나이스, 그레이트 샷”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엔 모두 112개의 벙커가 있다. 그 가운데는 벙커의 턱이 키보다 높아 일명 ‘항아리 벙커’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공이 벙커 턱 앞에 멈추면 한 번에 빼내는 게 쉽지 않아 선수들은 벙커에 빠지지 않으려 한다.
잰더 쇼플리(미국)는 1라운드 17번홀에서 진기명기에 동참했다. 두 번째 샷을 한 공이 그린 오른쪽 카트 도로에 멈추자 퍼터로 공을 쳤다. 퍼터로 웨지샷을 하듯 공을 쳤고 도로를 맞고 퉁퉁 튀겨 오르더니 그린에 올라갔다. 홀과의 거리는 약 2.7m였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남기고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와 작별했다.
우즈는 2라운드까지 9오버파 153타를 쳐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팬들은 우즈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치르는 마지막 디오픈이 될지 모른다는 사실에 더 큰 박수와 함성으로 환호했다. 18번홀 티샷을 끝냈을 때부터 올드코스에 울린 함성은 우즈가 마지막 홀아웃을 하는 순간 절정에 달했다. 우즈는 페어웨이를 걷는 동안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흔들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린 앞으로 걸어가는 동안엔 감정이 벅차오른 듯 눈물을 흘렸다.
우즈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치르는 마지막 디오픈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감정이 벅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