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프라이빗커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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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윈터 이즈 커밍”(Winter is coming).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이 대사는 작품의 성공과 더불어 유행어처럼 퍼져 나갔다. 어려운 시기가 도래했다는 걸 예고하는 이 말은 주식 시장에서도, 부동산 시장에서도, 또 국가 간의 외교 상황에서도 쓰였다. 아마도 공연업계에서 코로나19를 맞으며 실감했을 말이었을 게다. 코로나19 여파로 꽁꽁 얼어붙는 공연업계의 현실이 ‘왕좌의 게임’의 그 혹독한 겨울을 떠올리게 했을 테니 말이다.
지난 5월 27~29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잔디마당에서 펼쳐진 ‘서울재즈페스티벌 2022’는 “페스티벌 이즈 커밍!”이라고 할 만한 음악 축제의 현장이었다. 티켓 오픈 단 3초 만에 3만 장의 표가 매진됐다는 소식은 그간 공연에 대한 갈증이 얼마나 컸는지를 대변했다.
이러한 갈증은 앞서 지난 3월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렸던 방탄소년단 공연에서 절실하게 느꼈던 대목이기도 하다. 함성을 지를 수도, 노래를 따라 부를 수도 없던 공연에서 방탄소년단은 “소리 질러” 대신 “박수 질러”를 외쳤고, 그 흔한(?) ‘떼창’을 들을 수도 없었다.
| (사진=프라이빗커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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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엔데믹으로 가는 시점에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고 함성 또한 가능해진 ‘서울재즈페스티벌 2022’는 그 변화된 상황만으로도 한껏 흥분되는 설렘을 만들었다.
입구에는 마스크를 벗고 길게 늘어선 친구와 연인, 가족들로 가득했고, 잔디마당에는 마치 코로나19 이전의 세계로 돌아간 듯한 진풍경이 펼쳐졌다. 무대 앞쪽에는 스탠딩존에서 음악을 들으며 흥에 겨워 춤을 추는 젊은이들이 자리했고, 그 뒤는 땡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삼삼오오 잔디 위에 돗자리를 펴고 앉은 관객이 채웠다. 이들은 푸드존에서 사온 안주와 시원한 맥주를 즐기며 음악에 빠져들었다.
양옆으로 펼쳐진 포레스트존은 음악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분위기를 즐기는 관객으로 가득했다. 시원한 그늘 아래서 준비해온 돗자리에 간단한 도시락과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듣기도 하고, 잠깐 나른한 낮잠에 빠지기도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이 나왔을 때는 환호를 하기도 하는 여유 가득한 풍경이 펼쳐졌다.
야외라서 음악과 어우러져 들려오는 새소리는 관객의 귀는 물론 마음까지 기분 좋게 해주었고, 무엇보다 마스크를 벗고 박수와 함성 그리고 ‘떼창’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주는 해방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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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스웨츠나 조니 스팀슨 같은 소울 가득한 뮤지션들의 무대는 물론이고 재즈와 힙합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지대의 음악을 들려준 호세 제임스, 그리고 알렉 벤자민 같은 음색 깡패의 음악이 해외의 공연 현장 같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백예린이나 악동뮤지션, 에픽하이 같은 국내 뮤지션들의 반가운 음악은 공연의 시간이 다시 도래했다는 걸 알렸다.
어떤 틀에서부터 자유롭게 변주되어 나가는 재즈 음악처럼, 공연이 그 자체만으로 제공하는 해방감이야말로 페스티벌의 가장 큰 덕목이 아닐까. ‘서울재즈페스티벌 2022’는 그 해방의 시간을 선포하고 있었다. “페스티벌 이즈 커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