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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4년차를 맞은 투어 아이콘 박현경(22)에게 올 시즌 목표를 묻자 가장 먼저 나온 답이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이 일어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최된 골프 대회가 그 해 열린 KLPGA 챔피언십이다. 박현경은 이 대회에서 개인 첫 우승을 차지해 ‘코로나19를 뚫은 챔피언’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2020년 5월 첫 우승을 기록한 박현경은 그해 7월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과 2021년 KLPGA 챔피언십 2연패를 달성했다. 통산 3승을 거둔 2년간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아 갤러리가 허용되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웠다. 골프 관계자들은 방역지침에 큰 변동이 없다면 올 시즌 두 번째 대회인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부터 갤러리가 허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선택과 집중’…지난해 하반기와 다를 것
지난해 우승 한 번과 톱10 14번을 기록한 박현경은 “기대보다는 잘했지만 하반기가 아쉬웠다”며 “재작년까지 준우승을 한 번도 못해봐서 작년에 처음 준우승을 했을 때는 솔직히 좋아했는데 다음주, 그 다음주까지 계속 준우승을 하니 ‘아, 3년치 몰아서 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루키 때 톱10에 9번 들었고 지난해 목표였던 두자릿수 톱10을 이뤄서 기뻤다”며 “솔직히 KLPGA 챔피언십에서 2연패를 할 거라는 생각은 0.1%도 안했는데 39년 만의 대회 2연패라는 생각지도 못한 기록을 세워서 만족했다”라고 돌아봤다.
그는 “주변에서도 이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며 “실제 10월이 되니 채를 휘두르는 게 너무 힘들었다. 올해는 3~4개 대회 정도는 빠지면서 몸을 다시 끌어올리고 재정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부모님, 이시우 프로님께 올해 하반기에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느낌이 그렇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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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경은 지난 1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의 테라라고 골프클럽에서 6주 동안 전지훈련을 했다. 오전 6시에 골프장에 나가 라운드 혹은 9홀+쇼트게임 연습을 하고 점심을 먹자마자 바로 연습장으로 갔다. 해가 보통 5시 30분께 졌는데 해가 질 때까지 스윙 연습을 했다고 한다. 하루에 12시간씩 계속 연습과 라운드에 집중했다.
지난달 18일에 귀국해 일주일 격리한 뒤에도 똑같이 훈련 일정이 이어졌다. 오전 9시부터 한 시간 반 정도 체력 운동을 하고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샷과 퍼트 연습을 해오고 있다.
그는 이번에도 전지훈련을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7)과 함께 했다. 박현경은 “(고)진영 언니는 저나 다른 언니들한테 항상 스윙 한 번 봐달라고 하고 영상으로 찍어달라고 한다. 그리고 변화를 진짜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골프 선수는 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고 잘 치는 사람일수록 그걸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진영 언니는 스윙에 문제점이 보이면 다 고치려고 노력한다. 솔직히 언니 정도 레벨이 되면 풀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예를 들어 선수들은 30m 벙커 샷의 경우 1년에 몇 번 할 일이 없다 보니 연습을 많이 안하는데 고진영은 그 거리에서도 어떻게 하면 더 잘 칠지 고민한다고 했다.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늘 고민하고 연구한다는 게 박현경의 설명이다. 박현경은 “진영 언니와 같이 연습하면 기분도 좋고 보고만 있어도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박현경은 항상 목표를 시즌 첫 승으로 잡는다. 우승이 몇 번이든 매해 끊기지 않고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목표는 다르지 않다. 톱10도 지난해 기록한 14개 이상을 목표로 잡았다.
꾸준함을 상징하는 대상은 늘 마음에 품은 목표다. 그렇지만 올해 말고 2~3년 후에 받고 싶다고 했다. “너무 어렸을 때 대상을 받으면 자만한단 말이에요. 아직 조금 더 성장해야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