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환, 진통제 투혼으로 이뤄낸 사상 첫 세계선수권 '톱10'

  • 등록 2021-03-29 오전 12:01:00

    수정 2021-03-29 오전 12:01:00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간판스타 차준환.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피겨스케이팅 간판스타 차준환(고려대)이 눈물겨운 ‘진통제 투혼’으로 한국 선수 최초의 남자 싱글 세계선수권대회 ‘톱10’을 일궈냈다.

차준환은 27일(한국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에릭슨 글로브에서 막을 내린 202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서 총점 245.99점으로 10위를 차지했다.

한국 남자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톱10에 자리한 것은 차준환이 처음이다. 그전까지 한국 남자 싱글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1991년 정성일이 기록한 14위였다. 차준환은 30년 만에 이를 뛰어넘었다.

차준환이 톱10에 들면서 한국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에서 최대 2장의 출전 티켓을 확보했다. 올림픽 쿼터는 해당 국가에 준다. 차준환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선 국가대표 선발전을 다시 치러야 한다. 하지만 차준환의 월등한 기량으로 볼 때 올림픽 출전은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차준환은 26일 열렸던 쇼트프로그램에서 91.15점을 받아 중간 순위 8위에 자리했다. 개인 최고 점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큰 실수 없이 무난한 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선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필살기’인 쿼드러플(4회전) 플립 점프를 이번엔 3바퀴만 도는 트리플 플립으로 바꾸는 등 안정적인 연기에 주력했음에도 점프 실수가 이어졌다.

차준환은 두 번째 점프 과제였던 쿼드러플 살코에서 언더로테이티드(under rotated·점프의 회전수가 90도 이상 180도 이하로 모자라는 경우) 판정을 받았다.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악셀 점프에서도 착지가 흔들려 넘어졌다.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고 꿋꿋이 버텨내 톱10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사실 차준환으로선 대회 출전 자체가 쉽지 않았다.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차준환은 지난 2월 중순부터 허리 통증과 다리 근육 파열로 고생했다. 지난달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파견선수 선발전 때도 부상 여파로 점프 실수가 이어졌다. 이번 대회도 진통제를 먹어가며 버틴 끝에 힘겹게 ‘톱10’을 지켜냈다.

차준환은 “너무 오랜만에 개최되는 대회라서 쇼트프로그램 때부터 많이 긴장돼 평정심을 찾으려 계속 노력했다”며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을 다소 바꿨는데 실수가 나와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톱10에 들어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응원해주신 많은 분께 감사드린다”라며 “지난 20일 스웨덴에 도착한 뒤 호텔과 경기장만 갈 수 있어서 바깥바람이 간절했는데 이렇게라도 대회가 열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싱글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인 15위에 올랐던 차준환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면 자가격리하는 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곧바로 베이징 올림픽 준비에 들어가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한편, 여자 싱글에서도 이해인과 김예림이 각각 10위, 11위를 차지하면서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 티켓을 2장 확보했다. 특히 이해인은 김연아(2007·2008·2009·2010·2011·2013년), 박소연(2014년), 최다빈(2017년)에 이어 한국 여자 선수로는 통산 4번째이자 최연소 ‘톱10’을 달성하는 기쁨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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