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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는 여러 가지 상징을 담고 있다. 까다로운 출전 조건으로 남자골프 메이저 대회 중에서도 가장 높은 권위를 자랑해 ‘꿈의 무대’로 불린다. 매년 4월 첫 번째 주말에 열려 시즌 포문을 여는 메이저대회로 치러졌고, 매일 4만 명 이상의 팬이 몰려들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그래서 골프팬들에게 4월 첫 주는 ‘마스터스 위크’로 불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열리는 제84회 마스터스는 모든 게 달라졌다. 4월에서 11월로 날짜가 변경됐고, 관중 없이 나흘 동안 경기가 열린다. 변하지 않은 건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라는 장소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미뤄진 마스터스가 오는 13일(한국시간)부터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개막한다. 개막에 앞서 여러 평가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올해만큼은 장타자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타자 우세’의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달라진 날씨다. 4월의 마스터스는 비교적 따뜻했다. 평균 기온은 섭씨 13~25도였다. 11월은 8~19도로 꽤 낮아진다. 4월엔 낮에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경기했다면 11월엔 긴소매나 겉옷을 입어야 할지 모른다. 포근한 날씨에 적응한 선수들에게 쌀쌀해진 날씨는 적지 않은 변화다.
날씨 변화에 따라 페어웨이와 그린의 경도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코스 공략 방법 자체가 변할 수 있다. 4월보다 페어웨이는 부드럽고, 그린은 단단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공을 멀리 치지 못하는 선수들에겐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선수들은 거리 늘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50세의 나이로 마스터스에서 4번째 그린재킷을 노리는 필 미켈슨은 공을 더 멀리 치기 위해 47.5인치 드라이버를 쓰기로 했다. 평소 사용하던 46인치 드라이버보다 1.5인치가 긴 클럽이다. 미국골프협회(USGA)가 규정한 드라이버 최대 길이 48인치보다 불과 0.5인치 짧다.
미켈슨은 “올해 마스터스 때 파4와 파5홀에서 티샷을 더 멀리 쳐야 할 필요가 있다”며 “1번, 2번, 8번, 14번, 17번 홀에서 벙커를 넘기는 티샷을 하려면 315∼320야드를 날려야 하고 그런 장거리 티샷을 친다면 버디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장 445야드 파4홀인 1번 홀에서 벙커를 넘기면 샌드웨지로 그린을 공략할 수 있지만, 벙커에 빠질까 봐 3번 우드로 티샷하면 6, 7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쳐야 한다”고 11월의 마스터스에서 장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필드의 괴짜 물리학자’ 브라이슨 디섐보도 마스터스를 준비하며 일찌감치 장타 드라이버를 쓰겠다고 밝혔다. 디섐보는 지난달 자신의 SNS를 통해 “마스터스에서 48인치 드라이버를 쓰겠다”고 예고했다. USGA가 허용하는 드라이버 길이의 상한선이다.
코스 밖의 풍경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찾아온다. 우선 알록달록했던 꽃 대신 울긋불긋 단풍이 코스를 둘러싸 새로운 장관을 연출한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18홀은 홀마다 꽃과 나무의 이름이 정해져 있다. 1번홀은 티올리브, 2번홀은 핑크도그우드 그리고 18번홀은 홀리로 불린다. 그만큼 다양한 꽃이 핀다. 아쉽게 11월엔 볼 수 없다.
관중 없이 경기가 진행되는 만큼 4만 명을 수용했던 코스는 휑하게 보일 수 있다. 코스가 떠들썩하게 울려 퍼지던 함성도 없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요새처럼 18홀이 모여 있다. 2번홀 그린 옆에 8번홀 페어웨이가 있고, 7번홀과 17번홀은 서로 교차해 있다. 6번홀 그린에선 갤러리의 함성만으로도 16번홀의 상황을 알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올해는 그린 주변의 갤러리 스탠드도 없어 전혀 다른 느낌의 코스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경기 진행방식도 달라진다. 4월의 마스터스 때는 출전 선수들이 3인 1조로 1번 홀에서 차례로 경기를 시작했다. 11월은 4월보다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는 만큼 ‘원웨이’ 경기 방식이 어려워졌다. 1번과 10번홀에서 오전과 오후 나눠 출발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마스터스 경기를 10번홀에서 시작하는 것도 선수들에겐 낯선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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