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시사회가 논란이다. 유료 시사회는 입소문과 관객선점 효과 등을 노리고 개봉 전에 상영관을 확보, 영화를 선보이는 방식이다. 더 많은 관객을 모으고 싶은 투자배급사와 극장업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런 일이 벌어진다. 과열 경쟁의 일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유료 시사회가 많아지면 작은 영화들이 그 타격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성난황소’는 개봉을 앞두고 17일과 18일 각각 300여개 상영관에서 총 5만여 관객을 모았다. ‘성난황소’에 배당된 상영관 수만큼 그 시기에 상영 중인 다른 영화들은 그만큼의 상영관을 놓친 셈이다. 큰 영화나 흥행 중인 영화는 비교적 타격을 받지 않겠으나, 상영관 100개도 확보하기 어려운 다양성 영화는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다. 영화계 한 중견 인사는 “영화편수가 많고 경쟁이 치열한 것도 알겠는데, 업계에 상생의 미덕이 사라진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한국영화끼리는 피하자는 게 업계의 암묵적인 룰이요, 미덕이었는데 깨진지 오래다. 한국영화만 해마다 100편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겹치지 않게 개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추석 영화는 과열 경쟁의 부작용을 고스란히 드러냈 것이다.
신생 투자배급사들이 가세하면서 내년부터 영화편수가 더 많아질 전망이다. 유료 시사회나 겹치기 개봉이 더 늘어날 것은 뻔하다.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상생의 의미를 깊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