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 세션·관객·공연장 조화 이룬 8년 만의 내한공연

'뮤지션 첫 노벨 문학상' 수상 후 처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내한공연에 관객 '환호'
  • 등록 2018-07-28 오전 1:08:47

    수정 2018-07-28 오전 1:08:47

밥 딜런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가수의 공연 하나가 완성되는 데 필요한 요소는 다양하다. 무대를 이끄는 가수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가수만으로는 공연이 완성되지 않는다. 함께 무대에서 가수가 노래를 할 수 있도록 연주를 하는 세션들, 공연을 보며 반응을 보이는 관객들, 가수와 연주자들, 관객들에게 만족스러운 소리의 울림을 제공하는 공연장 등등. 27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개최된 밥 딜런(77)의 내한공연은 그런 다양한 요소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높은 완성도를 선사했다.

지난 2016년 뮤지션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은 지난 2010년 이후 8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불친절함이 느껴질 정도로 말을 툭툭 내뱉는 듯한 창법, 거친 음색은 여전했다. 무슨 노래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편곡도 원곡과 확연히 달랐다. 그런 밥 딜런의 공연이 관객들에게 낯설게만 다가가지 않은 것은 세션들의 연주 덕분이었다.

드럼과 기타, 베이스 등의 연주자들은 일관된 창법으로 인해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는 밥 딜런의 공연에 다양한 컬러와 매력을 부여했다. 세션들의 연주는 한국에서 열리는 밥 딜런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공연에 관객들이 마음껏 환호할 수 있게 해줬다.

‘워치타워’와 ‘트와이스’ 등 밥 딜런이 관객들에게 선사한 19곡의 노래들은 세션들의 연주에 맞춰 각기 다른 색깔을 찾아갔다. 때로는 무겁게 분위기를 잡는가 하면 때로는 흥겹게 관객들을 일으켜 세웠다. 밥 딜런도 피아노 앞에서 좀처럼 일어나지 않으며 세션과 어우러졌다.

관객들은 한곡이 끝나고 무대의 조명이 꺼질 때마다 환호를 보내며 노(老) 가수의 열정에 환호를 보냈다. 앙코르 곡인 ‘블로잉 인 더 윈드’를 비롯해 익숙한 노래에 보내는 열광이 아니더라도 끊임없는 호응으로 무대 위 밥 딜런과 세션들의 흥을 돋웠다.

밥 딜런은 중간 브레이크 타임이나 멘트도 없이 음악, 노래로만 2시간여를 꽉채웠다. 오프닝 공연 후 관객들에게 하는 “헬로”라든가 공연 마무리에 관객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전하는 “땡큐”도 없었다. 오로지 음악만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런 공연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준 것은 공연장이었다. 이날 공연이 열린 체조경기장은 기존 1만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 실내 공연장이었다. K팝 공연장을 목표로 진행된 리모델링을 최근 마무리하고 언론에 오픈된 첫번째 공연이 밥 딜런의 공연이었다. 소리의 굴절 등에 따른 울림이 없이 깨끗한 사운드는 향후 이 장소에서 열릴 공연들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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