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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주연의 손에 들려 있던 작은 노트는 프로골퍼들에게 ‘비밀노트’로 통하는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다. ‘야디지북’으로 불리는 이 작은 노트에는 코스의 모든 정보와 함께 경기를 풀어가는 전략이 담겨 있다. 인주연은 야디지북 안에 ‘차분하게 침착하게 나를 믿고 자신 있게 치자’, ‘축을 잡고 팔로 휘두르자’라는 등의 메모를 적어 놓았다. 그리고 경기 중 흔들리는 순간 이 글을 보며 마음을 다스렸다.
프로골퍼들이 사용하는 야디지북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기본적으로는 선수가 직접 코스를 돌아보며 거리와 그린의 경사, 벙커나 워터해저드 같은 장애물의 위치 그리고 경기 중 공을 보내면 안 되는 위험지역 등을 표시해둔다. 여기에 경험에서 터득한 자신만의 게임플랜과 전략이 들어있다. 그리고 인주연처럼 경기 중 마음을 다스리는 문구를 적어 놓기도 있다. 그런 경우엔 단순한 야디지북이 아닌 ‘비밀노트’가 된다.
야디지북의 활용은 선수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한번 쓰고 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한 권의 노트에 해마다 바뀌는 정보를 추가하면서 몇 년씩 쓰는 경우도 있다.
‘196+10=206(3I)’ 또는 ‘129+22=151(8I)’와 같은 수학 공식 같은 숫자들이 가득했다. 자신만의 거리 계산법이다. 코스의 길이에 경사에 따라 추가된 거리 또는 홀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거리를 추가로 적어놓고 실제 공을 보내야 할 거리를 다시 계산한다. 그리고 괄호 안의 숫자와 영문 표기는 클럽 선택을 뜻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야디지북은 경기 중 클럽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정보가 된다. 문도엽은 치밀하게 작성한 야디지북 덕에 톡톡히 봤다. 한창원과 치른 연장 1차전에서 두 번째 샷으로 공을 홀 1.5m붙였다. 정확한 거리으로 만들어진 결과였다. 문도엽은 가볍게 버디를 성공시켜 데뷔 6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문도엽(27)은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야디지북을 꼼꼼하게 작성하는 건 아니다”며 “그러나 경기 중에 필요한 정보를 모두 담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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